[우리금융 분리 매각] 세차례 실패한 민영화, 쪼개 팔기 속도전 성공할까
입력 2013-06-26 18:51
정부가 세 차례나 실패한 우리금융그룹 민영화를 위해 속도전을 선택했다. 인기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우리금융을 쪼개 최대한 빨리 매각을 마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우리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증권계열, 경남·광주은행을 묶은 지방은행 계열을 동시에 매물로 내놓았다. 경쟁력이 낮은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를 중심으로 한 우리은행 계열은 시장 상황을 보며 추후에 팔기로 했다.
‘쪼개 팔기’로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제값 받기’는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지난 정부에서 2차례나 일괄 매각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만큼 조속한 매각을 위해 다소의 손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1년 국내 최초 금융지주로 설립됐던 우리금융은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공중분해된다.
◇325조원 금융그룹을 ‘3개 패키지’로 분리=총자산 325조원의 ‘금융공룡’은 크게 세 묶음으로 나뉘어 매각이 추진된다. 핵심은 우리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증권계열이다. 증권업계 1∼2위를 다투는 우리투자증권은 은행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한 방’에 다양화할 수 있는 특급 카드다. 금융당국은 이를 감안해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을 한데 묶어 판다.
2010년 1차 민영화 작업 당시 각종 지역단체와 상공인, 지방은행 등이 경합했던 경남·광주은행은 개별 매각된다. 우리금융을 인적분할(신설법인 지분을 기존 회사 주주 지분율에 따라 나눠 갖는 것)해 경남·광주은행지주를 설립한 뒤 각각 경남·광주은행과 합병해 시장에 내놓는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각종 이해관계인이 얽혀 정치적 논란이 거세지는 만큼 철저하게 최고가격 입찰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지방은행 계열과 증권 계열은 다음 달부터 동시 매각이 추진된다.
문제는 내년에 매각이 추진되는 우리은행 계열이다. 과거 3차례 민영화 시도에서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한 묶음으로 매각하려 했던 것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우리은행의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큰 덩치에 비해 각종 수익지표와 직원 생산성은 다른 은행에 뒤떨어진다. 다른 은행과 중복 자산이 많고 수익 포트폴리오가 겹쳐 인수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정부는 최근 4년간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2010년에는 지방은행을 떼어내 우리금융과 병행 매각하려 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둘러싼 갈등, 지방은행 인수전에서 발생한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무산됐다. 2011년과 지난해에는 우리금융을 통째로 내놓았지만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특히 지난해 3차 민영화에서는 KB금융이 인수 참여 직전까지 갔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적 리스크로 불참을 선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민영화 역시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금융그룹 대부분이 장기 불황에 따른 수익 하락으로 고전하면서 일단 한 발 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자본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세금과 소액주주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 여부 등도 걸림돌이다.
여기에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은 충족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가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2조7663억원이다. 정부는 그동안 5조7497억원을 회수했다. 분리매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기 힘들어 원금을 제대로 건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