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20년의 땀 ‘기술혁신 나이테’ 한눈에

입력 2013-06-26 18:33

“불량은 암이다.”

26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모바일연구소(R5)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 이노베이션 포럼 전시장 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며 강조했던 ‘질’ 중심으로의 전환을 압축적으로 담은 말이다. 포럼은 삼성전자가 지난 20년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혁신의 역사를 공유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입구에 신경영의 도화선이 됐던 20년 전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여 당시의 위기감을 재현했다. 시장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던 VTR, 금형이 잘못돼 플라스틱 모서리 부분을 일일이 칼로 잘라내 공급했던 세탁기 등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도 함께 상영됐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 이후에도 무선전화기의 불량률이 치솟자 95년 임직원들 앞에서 무선전화기 15만대를 불태우는 화형식을 치렀는데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참담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제품과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삼성 혁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품질과 혁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층 ‘제품의 혁신관’에는 신경영 선언 당시의 제품과 현재의 제품이 나란히 비교 전시돼 있다. 제품을 분해해 부품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20년간 삼성의 전략 제품들은 전반적으로 성능이 좋아지고 디자인은 깔끔해진 반면 가격은 낮아졌다. 1995년 출시된 1세대 아날로그폰 ‘SH-870’과 올해 나온 스마트폰 ‘갤럭시S4’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SH-870은 투박한 외양에 통화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지만 95만원대에 판매됐다. 반면 갤럭시S4는 9종의 센서로 다양한 기능이 적용되고 디자인, 편의성이 월등히 좋아졌지만 가격은 80만원대 후반이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율도 60%에서 90%까지 높아졌다.

두꺼운 전공서적을 연상시키는 1996년형 노트북 ‘센스-5900’은 덩치 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니켈수소배터리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졌지만 400만원이 넘었다. 반면 올해 출시된 ‘아티브북9’은 초박형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DD), 리튬폴리머배터리를 장착해 무게 1.16㎏, 두께 12.9㎜로 얇고 가볍다. 가격은 200만원대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관계자는 “기술에서 감성으로, 다시 스마트한 삶의 동반자로 성장해온 삼성전자의 변화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앞으로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어떤 창의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일지 예측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시작된 포럼은 그동안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다가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과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하루 관람 인원은 협력사 직원 1000명, 일반인 500명으로 제한된다.

수원=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