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화록은 대선 공작 비상계획 이었다”… “집권땐 NLL 깐다” 권영세 음성파일 논란
입력 2013-06-26 18:32 수정 2013-06-27 01:21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주중대사의 녹취파일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대선에 활용하기 위한 여권의 ‘공작’이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선 전 NLL 대화록 내용을 파악해 이를 대선 전후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으며 국가정보원이 최근 이를 공개한 것도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박근혜-문재인 경합 치열할 때였다=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권 대사 발언의 녹취 시점이라고 밝힌 지난해 12월 10일은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대선 막판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시점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후보 사퇴 이후 ‘문·안 연대’의 유세가 본격화되면서 ‘한 표가 아쉬운’ 때였다. 또 여론조사 공표금지를 사흘 앞두고 언론사별로 각종 여론조사가 발표되는 등 선거 분위기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튿날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진 날로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앞뒀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모종의 계획을 세운 게 아니냐는 게 민주당 측 판단이다. 특히 ‘대화록 공개 카드’에 대해선 꽤 오랫동안 만지작거렸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법사위에서 “대화록은 이명박정부 때 이미 무단 유출돼 ‘정상회담 분석보고서’라는 내용으로 정제됐다”며 “전 정권의 여러 사람이 기밀자료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화록을 공개한 것도 권 대사가 말한 시나리오의 연장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신경민 의원은 법사위에서 “NLL 대화록의 단기 및 중·장기 시나리오가 있는데 단기는 대선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고 중·장기는 ‘집권하면 깐다’는 것이다”며 “중장기 계획의 포인트맨(중심인물)이 남재준 국정원장과 서상기 정보위원장이고, 정보위원들은 단역”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국정원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안 까겠다고 하고 대신 검찰이 까라고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국정원에서 누구누구한테 전화했다는 제보까지 들어왔다. 법무부 장관이 물어보면 말하겠다”고 폭로했다.
◇녹음 파일에 안철수, 문재인도 거론=민주당에 따르면 100여개의 녹음 파일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녹음됐으며 올해 초 것도 있다. 안 의원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런 게 있는데 좀 알아보라’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정황도 있다고 한다.
아울러 문 의원의 경우 ‘변호사가 무슨 서민이냐’ ‘경남 양산의 문 의원 자택도 문제가 있다더라’는 등의 대화도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문 의원 간 지지율이 좁혀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얘기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추가 폭로를 검토 중이다. 박 위원장은 “(녹취 파일에는) 지난해 여름부터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모든 어젠다가 다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등 법사위 의원들은 “불법행위로 취득한 자료로 그 내용 자체도 확실치가 않고 오히려 입수했다는 사람이 범법행위로 조사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녹취록 내용을 평가 절하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상황 파악을 해봐야 한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손병호 김현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