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맹경환] 전직 대통령 때문에… 하나되는 남아共, 쪼개지는 대한민국
입력 2013-06-26 18:24 수정 2013-06-26 14:44
지난 25일(현지시간) 넬슨 만델라(95)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프리토리아의 병원 앞에서 100마리의 흰색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라는 반인륜을 부수고 남아공에 사랑과 평화, 그리고 화해를 전파한 만델라를 상징하는 비둘기들이다. 남아공 국민들은 연일 만델라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꽃다발과 카드를 들고 병원을 찾는다.
폐 감염증 재발로 지난 8일 병원에 입원한 만델라는 갑작스레 병세가 악화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만델라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만델라로 인해 국민들은 하나가 돼 있다.
남아공에는 ‘만델라 측’이라는 말이 없다. 만델라의 병세와 관련된 공식 발표는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실에서 나온다. 국민들은 지난 8일 증세가 재발해 다시 입원한 뒤에도 “심각하지만 안정적”이라는 대통령실의 발표에 안도했다. 만델라가 위독하다는 소식도 주마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알렸다. 주마 대통령이 입원 소식을 전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말이 있다. 남아공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만델라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것이다. 주마 대통령은 25일에도 성명을 통해 “자유를 위한 투쟁 기간, 자유와 민주 시대의 초창기에 그가 보여줬던 리더십에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자”고 호소했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예우.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렇다. 그들의 무덤에는 꽃이 아니라 독설과 무례가 던져졌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해묵은 비자금 은닉 논란으로 여전히 국민들의 미움을 자초하고 있다.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폭풍이 대한민국을 휩쓸면서 국민들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서 국정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전격 공개는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의 명예, 전직 대통령의 명예는 안중에도 없다.
각국이 정상회담 내용을 비롯한 외교문서들을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중국을 방문한다.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만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맹경환 국제부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