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사학자 이만열 교수 “한국 개신교 기원, UPC선교사들 활동 1879∼1882년 무렵으로 앞당겨져야”

입력 2013-06-26 17:55


한국 개신교의 기원을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UPC) 선교사들의 한국어 성경 번역과 보급으로 개종이 일어난 1879∼1882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1885년 4월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의 입국으로 한국 개신교가 시작됐다는 것이 통설(通說)이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원로사학자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2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 주최 특별강좌에서 “1885년 이전에 성경 전파로 이미 개종의 역사가 이뤄지고 있었으니 한국 개신교가 복음 선교사 입국 이후 성립됐다는 통설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UPC 소속 존 로스와 존 매킨타이어 선교사는 만주에서 한국어 성경 번역사업을 벌이고 한국인들을 전도했다. 1879년 한국인 4명이 매킨타이어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았고, 1882년에는 로스 선교사가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누가복음)와 ‘예수셩교요안내복음젼셔’(요한복음)를 각각 3000부씩 간행했다. 인쇄된 성경은 일본의 스코틀랜드성서공회와 김청송·서상륜·백홍준 등에 의해 한반도와 서간도 한인촌에 보급됐다.

성경이 반포된 지역에선 개종의 역사가 일어났다. 서간도 한인촌에서 1884년 75명이 세례를 받았고 85년엔 세례 청원자가 600여명에 달했다. 로스 선교사의 성경 번역 일을 돕던 서상륜은 1883년부터 2년간 서울에서 성경을 반포한 뒤 중국 선양으로 돌아와 “서울에 70여명의 세례 청원자가 있으며 서울의 서쪽 도시에 만든 설교당에 18명의 신자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 교수는 “복음 선교사가 들어오기 이전에 성경 보급만으로 개종이 이뤄지고 자생적으로 교회가 형성되는 주체적인 모습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경회(査經會·성경공부모임) 운동으로 교회가 성장하는 등 성경의 활발한 보급이 한국 복음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며 “한국 기독교는 ‘성경기독교(Bible Christianity)’적 특성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