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 겸직금지, 현역의원부터 적용해야

입력 2013-06-26 17:56 수정 2013-06-26 22:21

겸직하다 발각되면 엄하게 처벌하는 조항도 만들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를 둘러싼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역의 대통령’으로, 민주당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하며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책임지겠다고 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사퇴하라”고 요구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대선 전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가 회의록을 입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여 공세를 폈다. 여야 공히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 티끌만 탓하는 격이다. 새 정치 열망을 안고 출발한 19대 국회도 무책임하고 뻔뻔했던 예전 국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파문 와중에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이어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주요 내용은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분야 종사 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 개선, 국회 폭력 예방 및 처벌 강화 등이다. 여야가 지난 대선 때부터 공약했던 사항들이다. 반년여 동안 허송세월하다가 이제야 제도화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분야 종사 금지 조항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대상을 개정안 공포 시점 이후 입성하는 의원들로 명시했다. 현역 의원인 자신들은 겸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3명 중 1명이 변호사나 교수, 기업의 사외이사 등 한 개 이상의 다른 일을 겸직하고 있다고 한다. 특권 내려놓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이런 꼼수를 동원했는지 기가 찰 일이다.

흔히 ‘슈퍼甲’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의 ‘투잡’은 부당한 이권 개입이나 압력 행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말이다. 또 국회의원의 ‘부업’과 얽혀 있는 사람들이라면 해당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부당한 거래’가 형성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폴리페서’에 대한 여론이 나쁜 것은 물론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라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여야는 조속한 시일 내에 현역 의원들을 겸직 금지 적용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조항을 바로잡아야 한다. 자신들만 이중삼중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놓고 무슨 낯으로 정치쇄신 운운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몰래 겸직하다 발각될 경우 강하게 처벌하는 조항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국회의원 면책특권 범위를 인터넷 게시물까지 확대하자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도 문제가 있다. 특권 확대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국회의원의 막말은 지금도 충분하다. 인터넷 환경을 더 오염시키지 않을까도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