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과세·감면 쥐어짜기론 복지재원 한계 있다

입력 2013-06-26 17:50 수정 2013-06-27 01:32

정부가 비과세·감면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18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과세·감면제도는 그동안 특정산업을 육성하거나 특정 계층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등 정책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비과세·감면제도가 226개에 달하고 연간 감면액(30조원) 증가율이 국세수입 증가율을 웃도는 것은 누가 봐도 기형적이다.

문제는 비과세·감면 혜택을 급격하게 줄일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계층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비과세·감면제도는 근로자, 농업,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이 63%에 달한다. 보험료·의료비·교육비·기부금 등 특별공제와 자녀양육비·다자녀공제 등 인적공제를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로 바꾸게 되면 고액 연봉자들 뿐만 아니라 당장 봉급 생활자들의 세경감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경기침체기에 중산층 호주머니가 비게 되면 소비증대를 통한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개발(R&D)이나 고용창출 비과세·감면제도를 줄이는 것 역시 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 확충이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아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비과세·감면제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꼼꼼히 분석해 옥석을 가려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수혜 계층의 반발과 국회 입법 과정에서의 로비를 뚫고 법제화시키느냐도 관건이다. 역대 정부도 비과세·감면제도 축소를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누더기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다. 경기침체기에 투자확대를 유인하기 위해 말 그대로 ‘임시로’ 도입된 제도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혀 18번이나 일몰이 연장됐다.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 때문에 정부가 애써 만들어놓은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다.

이번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안은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향후 5년간 135조원이라는 막대한 복지재원을 마련하려다보니 무리수를 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폐지를 검토한다는데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자면서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과세·감면 축소로 아무리 짜내더라도 복지재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경기 침체로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국세는 지난해보다 8조7000억원이나 덜 걷혔다. 무차별적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한다고 없던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복지를 확대하겠다면서 증세를 안 하는 묘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당장 시급하지 않은 부분은 뒤로 미루거나, 꼭 필요하다면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증세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