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명품캠핑 빈손으로 떠나요”

입력 2013-06-26 17:13


국립공원 ‘닷돈재풀옵션야영장’ 7월 1일 오픈

월악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송계계곡은 계곡미가 수려할 뿐 아니라 여름철에도 물이 얼음처럼 차가워 야영객들이 많이 찾는 피서 명소이다. 송계(松溪)는 계곡에 소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으로 백두대간 고개인 하늘재(계립령)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만수골에서 흘러내리는 계류와 합류해 폭을 넓힌다.

충북 충주와 제천의 경계를 흐르는 송계계곡은 닷돈재 북쪽에서 제천 한수면을 관통해 충주호에 흘러들기까지 8㎞ 구간에 두루마리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다. 송계8경으로 불리는 팔랑소, 와룡대, 청벽대, 망폭대, 자연대, 수경대, 학소대, 월광폭포는 월악산과 송계계곡이 빚은 절경.

국립공원관리공단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소장 이임희)가 조성한 닷돈재풀옵션야영장은 송계계곡 상류에 위치한다. 기존의 닷돈재야영장 일부를 개조한 닷돈재풀옵션야영장의 ‘풀옵션 캠핑 서비스’는 캠핑에 필요한 텐트를 비롯해 취사도구와 침구류 일체를 빌려주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1년에 한두 번 사용하는 고가의 캠핑장비 구매가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한 고급형 캠핑시설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과 환경부의 국비를 지원받아 조성됐다.

닷돈재는 조선 초에 문경새재가 뚫리기 전 영남과 한양을 오가는 선비나 장사꾼들이 남한강 수로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 나라를 잃은 신라 경순왕의 아들과 딸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넘었던 고개도 바로 닷돈재이다. 산적들이 통행료 명목으로 닷돈씩을 거둬 닷돈재로 불렸지만 지금은 계곡을 따라 아스팔트 도로가 뚫려 고갯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해 보름 단위로 예약을 받는 닷돈재풀옵션야영장은 도로와 계곡 사이에 위치해 접근이 편리하다.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야영장은 산막텐트 10동, 일반텐트 14동, 폴딩텐트 5동으로 전기시설도 갖추고 있다. 폴딩텐트는 자동차가 끌고 다니는 캠핑용 트레일러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산막텐트는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무로 오각형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고 여기에 방수처리를 한 캔버스 천을 씌웠다. 덕분에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도 습기가 스며들지 않는다. 산막텐트 천장에는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투명창도 설치돼 있다.

일반텐트는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천장이 높은 게 특징. 산막텐트와 폴딩텐트, 그리고 일반텐트 앞에는 음식을 조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도 설치돼 있다. 식기세척대의 조명을 중앙이 아닌 끝부분에 설치해 날파리 등이 식기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등 모든 시설물에 세심한 배려를 했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조성된 닷돈재풀옵션야영장의 하루는 쉼표와 느낌표의 연속이다. 소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오수를 즐기다 물이 그리워지면 계곡 속으로 풍덩 뛰어들면 된다. 계곡의 널찍한 돌에 앉아 탁족을 즐기다보면 조선 중기의 사대부 화가 이경윤이 그린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의 주인공이 된다.

닷돈재풀옵션야영장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남쪽의 만수골 자연관찰로(2㎞)는 자연생태계를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코스. 자연환경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자연관찰로에는 습지식물을 비롯해 야생화단지가 조성돼 있고 어린이들이 뛰어 놀기에 좋은 잔디밭과 쉼터도 있다. 송진을 채취해서 기름을 만드는 송유채취가마와 숯가마도 재현돼 있다.

야영장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북쪽의 망폭대는 고무서리 계곡을 굽어 도는 맑은 물이 어우러진 절벽으로 제2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절벽 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은 속리산에 있는 정이품송을 닮아 정삼품송으로 불린다. 망폭대 맞은편에는 옛길을 지켜주던 덕주산성의 남문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캠핑의 낭만은 해가 지면서 시작된다.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저녁식사를 마치고 투명한 천장을 통해 별빛과 달빛이 스며드는 텐트에 누워 이야기꽃을 피우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따뜻한 전기담요 위에서 상쾌한 잠을 자고 나면 어느새 산새소리가 계곡의 아침을 알린다.

다음 달 1일 오픈하는 닷돈재풀옵션야영장의 이용료는 성수기(5∼11월) 기준 산막텐트 5만원, 폴딩텐트 5만원, 일반텐트 4만원으로 취사도구와 침구세트 대여료는 각각 1만원. 이용료가 개인이 운영하는 풀옵션야영장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한데다 공기매트와 전기담요 등 장비 품질도 우수하다. 준비해온 음식을 보관하는 공용냉장고도 설치돼 있다.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 접속해 상단 우측의 ‘야영장 예약’ 코너에서 하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에서 수안보온천을 거쳐 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괴산IC에서 닷돈재풀옵션야영장까지 약 21㎞. 제천 한수면 소재지에 정육점과 음식재료를 파는 슈퍼마켓 등이 있다(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 043-653-3250).

제천=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