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46)] 기업가 정신과 청교도 정신

입력 2013-06-26 14:36


유명한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기업가 정신을 근대 민주주의의 견인차로 보았고, 이 정신을 근대 사회 경제 발전의 중심 사상으로, 인류 발전의 중대 요소로 여겼다. 그 중요한 정신 요소는 첫째 도전정신, 둘째 혁신정신, 셋째 사회공헌정신이다.

현재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아베노믹스(Abenomics)도 이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다는 가정 하에 추진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지금 실패하고 있는 것은 이미 일본에서 기업가 정신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라는 자조 섞인 분석이 있다. 이제 일본인들은 모험 정신보다는 안전 위주의 국민 성향으로 돌아서 버렸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어느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님 모임에서 강의를 부탁해온 적이 있다. 강의 후 대학생들의 창업 정신에 대해 교수님들과 의견을 나누었는데, “대학생들은 무엇을 제일 성공한 기업가라고 생각합니까”하는 나의 질문에 교수님 중 한 분이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대학생들은 자신만의 기술로 창업을 하고, 빨리 코스닥에 등록해 돈을 벌고, 빨리 다른 사람에게 매각한 후 편안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제일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참으로 젊은이다운 영리한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창업 정신 속에 사회공헌과 산업보국(産業報國) 같은 기업가 정신도 꼭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술의 발전이 3~6개월 안에 빠르게 바뀌니 계속 사업을 해서 실패하는 것보다는 빨리 정리하고 돈을 벌어 여생을 즐기는 것이 나쁘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무언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고용을 많이 하면 노조 문제 등으로 힘이 든다. 중소기업에서 성공해서 중견기업으로 가면 200가지가 넘는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고, 대기업으로 가기는 너무나 힘든 것도 사실이다. 설악산 등반을 시작할 때 대청봉까지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중간 지점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는 어려운 등산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편히 쉬다 내려가는 등산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도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중소기업을 거쳐 중견기업까지 왔다. 그러나 너무 힘이 들어 적당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래도 국내외에 1천 명이 넘는 식구들이 있어 다시 힘을 내 일할 때가 많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한 번도 갑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거래선, 직원, 관청, 은행 모두 갑들과 상대하면서 을의 마음가짐을 잊은 적이 없다. 정말 기업하기 쉽지 않다. 좌절과 실의라는 단어는 기업을 하려면 꼭 따라다니는 단어다.

몇 년 전인가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찬 모임에 강연을 부탁 받아 갔을 때 “선배 회장님들은 기업하고 계실 때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십니까? 골프, 술, 여자 어느 것도 해결이 안 되지요. 저는 종교를 갖고 힘들면 하나님께 부탁해 해결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연했다.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셨다. 기업가 정신은 꼭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기업가 정신은 청교도 정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종교 개혁을 하고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에서 활발하게 종교 개혁이 진행될 때 대부분의 개혁파 신도는 데크노들과 중소상공인들이었다. 이들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대박해가 있었고 프랑스의 개혁파 신도인 위그노(Huguenot)들이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그들이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경영을 잘 해 영국은 부자 나라가 됐다.

이들이 바로 청교도들이다. 그러나 영국이 이들을 다시 박해하자 이들은 메이플라워(Mayflower)호를 타고 미국에 건너가 오늘날의 미국을 건설했다. 그들이 사업가 정신의 기초를 만든 장본인들이고 막스 웨버(Max Weber)가 이론을 세웠다.

청지기 정신은 사회공헌기업 정신의 기초가 되었다. ‘나의 모든 소유는 하나님의 것이고 나는 하나님 뜻대로 재물을 사용한다’는 정신이다.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기술을 계속 연구해 발전시킨다는 혁신정신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이 땅에서 우리 교회가 어린 학생들로부터 청년들에게까지 기업가 정신을 가르친다면 기독인들로부터 진정한 기업가들이 대량 배출될 것이라 생각한다. 교회는 하나님 뜻에 맞는 많은 기업가와 정치가, 문화예술인을 길러내는 정신적 요람의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의 모든 인재들도 바로 교회가 길러냈다. 이승만 대통령, 김구 수석, 안창호 등 수많은 인재가 교회에서 나왔다. 세속화와 기복주의, 교회 몸집 키우기보다, 진정한 기독 정신을 가진 인재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것이 민족과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고 세계 중심의 국가로 성장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