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어나니머스 상대 보복했나… 정부, 대응팀 꾸려 조사 나섰지만 “대책 마련 소홀” 비판 나와

입력 2013-06-25 19:47 수정 2013-06-25 22:36

청와대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관이 25일 사이버 공격을 받은 사건은 국제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46개 주요 웹사이트를 해킹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북한의 보복성 공격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4월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뒤 회원정보 9001건을 공개했던 어나니머스 코리아는 청와대 해킹이 발생한 직후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나니머스의 한국인 해커(@Anonsj)도 “우리는 청와대를 해킹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전부터 어나니머스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주권국가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점도 이번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어나니머스가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을 사이버 공격의 목표로 삼고 별의별 희떠운 소리들을 마구 줴쳐대고 있다”며 “흡사 달을 보고 짖어대는 미친개들의 망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은 정찰총국 산하에 3000여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전담부대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국가 사이버위협 합동대응팀을 꾸려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합동대응팀은 해킹 공격을 받은 정부기관, 언론사, 방송사 등의 인터넷 서버와 홈페이지를 긴급 복구하고 악성코드 유포지와 경유지를 차단했다. 또 피해기관을 대상으로 해킹의 원인과 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악성코드 등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다만 해킹이 북한의 소행인지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박재문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피해 확산 방지와 복구, 원인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공격 주체 등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사와 금융기관 등의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이버테러’가 발생한 지 석 달 만에 또다시 대형 해킹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가 그동안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북한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를 대표하는 청와대와 총리실 홈페이지가 해킹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 국장은 “사이버 공격은 항상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며 “(사이버 공격) 조짐이 있었는데 왜 (대처를) 못했느냐는 비판이 많지만 그것과 이번 해킹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