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베일속 도피생활… 홍콩 호텔 옮겨다니며 은신, 생일엔 변호사들과 파티

입력 2013-06-25 19:03 수정 2013-06-25 00:36

체포영장 발부 직후 극적으로 도피하는 데 성공한 ‘휘슬블로어’ 에드워드 스노든의 뒷이야기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24일(현지시간) 베일에 싸여 있던 스노든의 홍콩 생활을 자세히 전했다.

미국 정부의 무차별 정보수집 행태 폭로를 위해 홍콩에 머무는 동안 스노든은 침사추이 지역에 위치한 5성급 미라 호텔에 묵었다. 스노든은 거의 외출하지 않고 실내에서만 생활했다. 언론을 통해 신원이 공개되자 2~3차례 숙소를 옮겼다.

그의 변호사 등 측근들에 따르면 지난 21일은 스노든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스노든은 생일파티를 겸해 변호사들과 만났다. 이들은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소박하게 자축했다. 거취를 망설이던 스노든은 홍콩에서 나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다음날인 22일 밤에는 모스크바행 비행기 티켓을 샀다. 홍콩에서 변호인단을 이끌었던 앨버트 호 홍콩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스노든은 이때까지도 불안에 떨었다. 당국으로부터 ‘도망쳐도 좋다’는 메시지를 받고도 쉽사리 신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23일엔 결국 공항으로 향했다. 스노든은 차 안에서도 걱정을 떨치지 못했지만 무사히 모스크바행 아에로플로트 SU213편 항공기에 올랐다. 이후 쿠바 아바나행 항공기로 환승할 예정이었으나 자취를 감춰버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스노든이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공항 보안 관계자도 이 사실을 확인하며 “(그가) 아직 행선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고 확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노든이 사놓은 것으로 알려진 아바나행 항공기 좌석에는 다른 사람이 앉았고, 비행기가 떠나기 전 하얀색 밴이 신원미상의 남성을 싣고 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앞서 노르웨이 해적당은 24일 그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트위터에 “스노든이 오슬로에 도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24일 스노든이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내가 미국 당국에 넘겨질 경우 공정한 재판이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