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신병처리, 시험대 오른 美 외교력

입력 2013-06-25 19:03 수정 2013-06-25 00:35

미국 정부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병을 둘러싼 문제가 미국 대 중국·러시아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 위신과 외교 역량이 중대한 시험에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게 중국이 방관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영향과 충격을 줄 것이다. 또 러시아인들이 법의 기준에 따라 살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과 중국에 좌절하고 실망했다. 스노든을 억류하지 않은 것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범죄인 인도에 관한 의무를 존중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국가 신뢰성까지 문제삼았다.

발언의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외교적 수사나 에두르는 표현 없이 이처럼 직설적이고 원색적으로 두 강대국을 비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극도로 예민해진 미국은 아울러 에콰도르 쿠바 베네수엘라 등 스노든이 거쳐 갈 길목이나 안착할 종착지가 될 수 있는 국가에 무차별적으로 협조 명목의 경고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미의 소국인 에콰도르 관리들이 “스노든의 망명 의사를 접수했다. 허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불쾌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미국은 에콰도르의 최대 교역 상대로 지난해 전체 수출의 43%가 미국으로 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에콰도르 등 스노든이 망명 희망을 밝힌 나라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 스노든을 “미국 정부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냈다”고 치켜세우며 “세계는 그의 용기를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대변인 브리핑에서 “미국의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며 “먼저 거울을 들고 자기를 비춰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특구정부가 법에 따라 관련 사건을 처리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의혹에 불만을 드러내며 “(스노든은) 자신의 경로를 스스로 선택했으며 우리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일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공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이 “(형식상) 러시아 국경을 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