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베를루스코니, 女판사들에 혼쭐났다
입력 2013-06-25 19:03
억만장자 미디어 재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6) 전 이탈리아 총리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으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여성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밀라노 법원 재판부는 검찰 구형 6년에 1년을 더 추가했고, 평생 공직 진출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베를루스코니가 출석하지 않고 진행된 재판은 판사들이 입정해 판결문을 읽기까지 4분이면 충분했다.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플레이보이 정치인이 가졌던 국제적 명성의 관에 마지막 못을 박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2010년 자신의 별장에서 당시 17세였던 모로코 출신의 댄서 카리마 엘-마루그(일명 루비)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루비를 석방시키기 위해 경찰 수뇌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총리였던 베를루스코니는 밀라노 인근 자신의 호화빌라에서 ‘붕가붕가’란 이름의 비밀 파티를 자주 열었다. 돈을 주고 고용된 여성 수십명이 참여하는 ‘섹스 파티’였다. 베를루스코니와 루비는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부인했다.
또한 당시 총리실이 경찰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는 “루비가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이집트 대통령의 친척이라는 말을 믿고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를루스코니 측은 재판 후 “이번 판결이 현실성이 없고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는다”면서 “40일 이내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7년형 판결은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집행이 유예된다. 외신들은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록 감옥에는 가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은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영향력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상원 의원이자 중도 우익 자유국민당의 지도자로 중도 좌익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분석가 로베르토 달리몬테는 AP통신에 “이번 판결이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는 있지만 완전히 끝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모두가 끝이라고 했는데도 지난 총선에서 재기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래도 여기서 끝은 아니다. 베를루스코니에게는 파괴력이 큰 또 다른 재판들이 남아 있다. 특히 2012년 10월 세금 횡령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재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AP통신은 “세금 횡령 재판의 유무죄 여부는 베를루스코니의 정치 생명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 밖에 좌파 정치인의 전화 통화를 불법 도청해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고, 중도좌파 상원의원 1명을 300만 유로(약 42억6900만원)에 매수해 자신의 자유국민당에 입당하도록 한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