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박지성 처럼… 류승우 포르투갈 상대 환상골
입력 2013-06-25 18:56 수정 2013-06-25 18:58
예전 같지 않은 정신력, 한숨만 나오는 경기력. 최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팬들에게 실망감만 안겨 줬다. 그러나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달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유기적인 플레이로 201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언제나 그랬듯 한국축구의 뿌리는 튼실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의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2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대 2로 비겼다. 포르투갈은 2011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쿠바와의 1차전에서 2대 1 역전승을 거둔 한국은 1승1무(승점 4·골득실 +1·4골3실)를 기록, 포르투갈(1승1무·승점 4·골득실+1·5골4실)과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뒤져 조 2위에 올랐다. 한국은 28일 0시 나이지리아(1승1패)와의 3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보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2009년 이집트 대회에서 8강, 2011년 콜롬비아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00년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출범시켰다. 현 U-20 대표팀은 이 시스템의 혜택을 받은 첫 세대다.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전임 지도자 1기 출신인 이 감독은 10년 넘게 한국 축구의 뿌리를 키워 냈다.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뻥 축구’가 아니라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패스 축구를 강조한다. 이는 U-20 대표팀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U-20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조직력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장신 군단 쿠바를 꺾었고, 강팀 포르투갈에도 밀리지 않았다.
‘이광종호’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류승우(20·중앙대)다. 쿠바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류승우는 포르투갈전에선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종료 직전 통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류승우는 벤치 쪽으로 달려가 이 감독에게 안기는 ‘포옹 세리머리’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평소 박지성의 파워를 닮고 싶다고 말해 온 류승우는 경기 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박지성 선배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안긴 것을 떠올렸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앞으로 팀을 위해 더 많은 골을 넣어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