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술로 월드컵 도전”… 홍명보 감독 출사표
입력 2013-06-25 18:57
“한국형 전술을 만들어 브라질 월드컵에 도전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44·사진)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홍 감독은 25일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스페인, 독일이 아니다”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국형 플레이를 마련해 월드컵 본선에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형 축구로 일낸다=수비수 출신의 홍 감독은 한국형 전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선수들은 근면성, 성실, 희생정신이 뛰어나 이 세 가지만으로도 훌륭한 전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의 공을 잘 빼앗는 반면 공을 잘 빼앗기기도 합니다. 공을 빼앗기지 않고 최대한 많이 보유하는 플레이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또 강팀과 맞붙어도 쉽게 뚫리지 않는 좋은 수비 조직력도 만들겠습니다.”
그동안 홍 감독은 4-2-3-1 전술을 바탕으로 한 빠른 공수 전환과 압박을 선호해 왔다. 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게 결국 ‘한국형 축구’가 될 전망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선 ‘와일드 카드’ 박주영(28·셀타 비고)을 원톱으로 내세워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축구로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홍 감독은 박주영 카드를 쉽게 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박주영의 활약이 예전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박주영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홍 감독의 눈길은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손흥민(21·레버쿠젠)에게 쏠릴 수도 있다. 홍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말한 뒤 한국 축구의 변화를 주창했다. “이제 한국 축구는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탈아시아’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팀과 만나도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야 하겠지요.”
러시아 안지에 있을 때 홍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 제안이 오면 너의 주변에 있는 모든 상황들을 냄비에 넣고 끓여 봐라. 뭔가 튀어나올 것이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맡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했다. “냄비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수락했습니다. 협회에서 내게 감독직을 제의했고, 나는 내 판단으로 수락했습니다. 나는 아기가 아닙니다.”
◇원 팀, 원 스피리트, 원 골=개인보다 팀을 더 중시하는 홍 감독은 팀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 명의 주장보다는 스물세 명의 주장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우리 팀은 ‘원 팀(One team), 원 스피리트(One spirit), 원 골(One goal)’을 슬로건으로 삼을 겁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선수는 대표팀에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홍 감독은 ‘황금세대’를 조련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청소년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가르쳐 온 선수들 중 현재 성인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많다.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24·카디프시티), 윤석영(23·퀸스파크레인저스), 김영권(23·광저우 헝다), 남태희(22·레퀴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다시 ‘홍명보호’에서 주력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베테랑들은 태극마크를 반납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대표팀 선발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밝혔다. “소위 ‘홍명보의 아이들’과 3년간 환상적인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과거가 미래를 보장해 줄 순 없습니다.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고, 선수들은 더 노력해야 할 겁니다. 모든 것을 체크해서 평가할 생각입니다.” 이어 ‘박지성 복귀론’에 대해선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까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홍 감독은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의 순간에 평가받습니다. 1년이란 (촉박한) 시간이 날 움직였습니다.”
파주=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