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대화록’ 공개] 김정일 서울 답방은 ‘군사문제’ 국한… 새로 드러난 역사적 사실들

입력 2013-06-25 18:48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25일 분석한 결과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도 여럿 나타나 있었다.

우선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키로 약속돼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단서조항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거듭 답방을 요청하자 “김 전 대통령과 얘기했는데, 앞으로 가는 경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수반으로서 갈 수 있다. 군사적 문제가 이야기될 때는 내가 갈 수도 있다. 그렇게 얘기가 돼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놀라며 “아 그렇게…. 우리 국민들은 전부 김정일 위원장께서 방문하시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고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군사적 문제’를 부연하는 듯 “미사일 문제요, 핵 문제요”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발언에 따르면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1999년에 북한 황해도 해주의 항만이용권을 확보했고 2000년 6월에는 해주 옆 강령군을 공업단지로 개발하는 것도 수락 받았다. 김 위원장은 “(2000년 6월에) 그분(정 회장)이 좀 막내가 됐는지 떼를 많이 써요. 약주 좀 들어가니까 떼를 써서 강령 땅을 공업단지로 해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도 북한 군부를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남한에선 군부가 자꾸 반대한다’고 지적하며 ‘북한도 마찬가지냐’고 묻자 “완고한 2급 보수라 할까요?(웃음)”라며 맞장구를 쳤다. 또 “주변 정세가 안정되면 군부가 있을 자리가 없죠”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 대해 “중국에선 동북3성이 아니라 북한을 염두에 두고 동북4성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면에서는 우리 인민들이 (중국을) 좋아합니다만 실제 이간시켜 일이 잘 안 되게끔 하자는 것도 있고 선의에 찬물 던지는 것도 있습니다”라고 중국 측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에 공사가 중단된 함경남도 신포 소재 경수로 공사를 재개하려 했다. 특히 미국을 제쳐두고 우리 단독으로 재개하는 것까지 검토했지만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불가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해 포기했다고 소개돼 있다. 이 회담은 당초 북측이 ‘공동보도문’으로 발표하려 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선언으로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해 김 위원장이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