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 총수 검찰에 불려가는 일 더 없어야
입력 2013-06-25 18:37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한 이재현 CJ 회장의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국내외 경제 흐름이 좋지 않은 시점에 이미 두 명의 재벌 총수가 영어의 몸이 돼 있는 상태에서 또 한 사람이 같은 처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가 고개를 떨구며 교도소로 향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재벌들의 비윤리적 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제2, 제3의 이재현 회장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이상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벌 스스로가 완벽하게 도덕재무장을 하고 불법·탈법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몇몇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재벌은 거의 대부분이 창업자의 2세나 3세다. 선대 창업자의 초심으로 돌아가 정도경영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이런 점에서 이번 수사는 재벌의 반윤리적 경영을 개선하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경로를 끝까지 추적하고, 수상한 거액 미술품 거래와 차명 부동산 구입을 통한 재산 부풀리기를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의 엄정함을 보이는 것만이 재벌의 구태의연한 비자금 은닉을 막을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굴지의 재벌총수인 이 회장은 국내외 비자금 운용을 통해 수백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것은 물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와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임직원 명의를 빌려 비자금을 세탁하고 관리하는 등 재벌의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보여준 비리 종합선물세트와 다름없다. 검찰의 정교한 수사가 뒤따라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2008년 재산관리인이 사채업자를 청부살해하려 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계좌 수백개로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분산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세무당국에 통보했지만 상속세만 물고 유야무야됐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CJ그룹은 국외투자를 가장해 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불법을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번 수사에서 당시 세무조사의 적정성도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검찰은 SK사건을 수사하면서 불구속한 최태원 회장이 재판과정에서 법정구속 당한 수모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전임 검찰총장 재임 시의 일이긴 하지만 권력과 돈에 약하다는 검찰 생리를 국민들에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재벌의 탈세는 물론 이를 비호하는 세력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교훈을 이번 수사를 통해 보여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