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계열사에 또 금감원 출신… 官治 그림자 ‘어른’

입력 2013-06-25 18:29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그룹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슬그머니 ‘관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최소 10곳 이상 교체가 예상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서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내려앉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관치 논란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사퇴도 고려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의 후임으로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이 사실상 낙점됐다. 신 위원장과 서울 휘문고 동문인 강 원장은 2010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끝으로 공직에서 떠났다. 금융권에서는 신 위원장이 최근 “금융지주 계열사 CEO를 은행 출신 인사들이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고 발언한 뒤 이번 인사가 이뤄져 사실상 ‘금융당국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물러나는 김 사장이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김 사장의 후임으로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강 원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특히 신 위원장 발언 이후 유일한 정부 소유 금융지주에서 이런 인사가 일어난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인사에 관치 논란이 불거진 것은 강 원장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주재성 전 금감원 부원장이 두 달째 공석이었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로 내정됐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금융위·금감원 출신들이 민간 금융회사를 ‘나눠먹기’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일부에서는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이 알아서 ‘눈치 보기’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순우 회장은 이미 우리금융 임원급 인사 18명으로부터 사표를 받고 후속 인선을 진행 중이다. 조속한 민영화를 위해서는 조직의 군살을 빼고, 뜻을 같이하는 인사를 계열사 사장으로 앉히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세지는 ‘인사 태풍’에 취임한 지 3개월밖에 안 되는 정현진 우리카드 사장도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후임에는 강원 우리기업 대표와 유중근 전 우리은행 부행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최근 계열사로 편입된 금호종합금융도 오규회 사장이 자리를 내려놓고, 설상일 우리은행 상무가 차기 CEO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록 우리파이낸셜 사장은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우리신용정보, 우리자산운용,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우리FIS,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FNI 등 대부분 계열사 CEO가 사정권 안에 들어 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되는 계열사 CEO는 임기가 내년 12월까지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이 신속한 민영화를 위해 본인 임기와 계열사 CEO 임기를 똑같이 맞추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전문성이 필요한 우리자산운용과 우리PE 등 일부 계열사의 경우 ‘반 토막’ 임기 탓에 후임을 구하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오는 26일 자회사 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후보군을 검증한 뒤 27일쯤 인사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