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이어 ‘차이나 크런치 쇼크’… 한국 금융시장 피멍
입력 2013-06-25 18:21 수정 2013-06-25 22:00
‘버냉키 쇼크’에 중국발 악재가 확산되면서 우리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25일 코스닥지수는 지난 2월 초 이후 4개월여 만에 처음 500선 밑으로 추락했고, 코스피도 연일 하락세를 지속한 끝에 1780선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등 두 지수가 모두 연중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불과 5거래일 만에 119.99포인트 추락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29.1원이나 폭등했다.
국내 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이슈를 떠나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 돈가뭄(차이나 크런치)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고 공식적인 통계도 잘 잡히지 않는 비금융권 대출 등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버냉키 쇼크 이어 차이나 쇼크=2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에 이어 장중 5%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심리를 억누른 것은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 위기감이었다.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 등 긴급 구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저버렸다. 우리 증시도 중국 증시의 영향에 장중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사채·투자신탁·비공식적 중소기업 지원 등 비정상적 금융 활동을 옥죄기 위한 의도적 돈가뭄 방치라고 분석했다. 스티븐 그린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새 지도부가 장기 성장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NH농협증권도 “금융위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강력한 그림자 금융 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증권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3.7%에 이르는 17조5000억 위안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40% 수준인 20조∼30조 위안까지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신용경색 고비가 다음달 중순 찾아올 것이고, 자금시장이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날 경우 ‘차이나 쇼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발 위기, 우리에게도 직격탄=신흥국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우려할 때 한국은 예외로 언급돼 왔다. 올 들어 주가 상승폭이 신통치 않았지만 다른 신흥국보다 안정된 경상수지와 기업순자산가치를 감안할 때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중국과 함께 이머징 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고, 매년 4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후폭풍이 남은 데다 중국발 신용경색 우려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상장기업들의 부도위험 지표는 연중 최고치로 치솟고 있고, 금융투자업계는 상장사들의 실적을 점점 내려잡는 추세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 74조원 감소했고, 대부분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발간되는 보고서들은 딱딱해졌다. 정인지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를 단기 저점이라고 말했는데 이제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가 외국인이어도 한국 국채 안 산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팔면 국내 투자자도 따라 팔아야 한다”며 “포지션 축소를 권고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