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은 근로자모독관?
입력 2013-06-25 18:02
서울 갈월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원모(47)씨는 2011년 11월 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 이모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XXX야, 5만원도 없냐”며 원씨에게 욕설을 했다. 그는 원씨에게서 일당 5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박모씨가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원씨는 “예전에 박씨가 배달원을 하겠다며 왔었지만 채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근로감독관 이씨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낀 원씨는 고용노동부 감사실에 신고했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원씨에게 난처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2월 원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원씨가 근로감독관의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였다. 원씨는 “출석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근로감독관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웠고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했다. 이후 조사에서 원씨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씨가 잘못된 주소로 출석 통지서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원씨는 25일 “근로감독관 이씨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원씨에게 욕을 한 건 맞지만 원씨가 먼저 욕했기 때문에 대응한 것”이라며 “이후 감사에서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난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와 사업주의 권리를 찾아주는 게 업무인 일부 감독관들이 고압적인 태도로 오히려 각종 민원과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이런 불만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 2월 회사에 사표를 낸 이모(32)씨는 그동안 받지 못한 수당을 받으려고 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진정서가 접수되면 노동청은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대개 10∼14일 뒤 사실조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씨에게는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이씨는 “근로감독관에게 전화했더니 ‘제때 처리되지 않는 사건이 많으니까 기다리라’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김모(27·여)씨는 “근로감독관이 요구한 날짜에 급한 일이 생겨 다른 날 출석하겠다고 했더니 ‘감독관이 하는 말에 말대꾸하지 마라. 출석날짜는 내가 정한다’며 윽박질렀다”고 말했다. 출석날짜는 진정인과 감독관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의 근로감독관 대부분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최선을 다한다”면서 “일부 감독관이 강압적인 태도로 전체 근로감독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부분이 있다면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황인호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