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벼른 檢 앞에 선 이재현 “국민께 심려끼쳐 죄송”

입력 2013-06-25 18:01 수정 2013-06-25 22:17


검찰이 25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35일간 진행된 CJ 비자금 수사도 종착역을 앞두게 됐다. 수사는 처음부터 이 회장을 겨냥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CJ그룹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추적하고, 이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 행위를 입증할 방대한 증거 자료를 수집해 왔다.

◇조세포탈·횡령·배임, “더 늘어날 것”=검찰은 이 회장이 신모(57·구속) CJ글로벌홀딩스 대표와 자신의 직속 ‘관제팀’을 통해 국내외에서 조직적, 입체적으로 비자금을 관리·운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이 회장 차명재산 규모는 총 7000억원대에 달한다. 이 회장이 1997년 37세의 나이로 CJ 대표가 된 이후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를 동원한 자금 운용, 외국인을 가장한 자사주 거래,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차명 거래 등을 통해 재산을 증식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특히 재벌 오너 수사에서 이례적으로 해외 비자금의 흐름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CJ 계열사 주식거래로 막대한 이득을 올렸지만 소득세 280억원은 내지 않았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시샨(Chishan) 개발’ 명의로 2004년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CJ 주식 156만여주를 보유했다가 2009년 9월까지 팔아치워 1060억원 정도의 양도차익을 챙기는 방식 등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국내 시중은행에 계설된 차명계좌로 CJ, CJ제일제당 주식을 매매하고 세금 230억원을 포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회장이 회삿돈 600여억원을 횡령해 자택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고급 와인, 양복 등을 사고 누나인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에게 나눠 준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 한 간부는 “기업비리 수사에서 나올 법한 혐의 대부분이 등장했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알려진 것보다 혐의 내용과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오너 일가는 처벌 안할 듯=생애 첫 피의자로 소환된 이 회장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전 9시35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이 회장은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조사에 충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검찰은 지난 5년간 CJ그룹 수사를 별러 왔다. 2008년 이 회장 옛 자금관리인의 살인교사 의혹 수사에서 ‘CJ 비자금 파일’이 나온 것이 단서가 됐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사건 후속으로 CJ 수사를 계획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수사가 보류됐다.

지난해는 ‘중수부 폐지론’이 비등한 데다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까지 겹치면서 수사 착수 여력이 없었다. 대신 장기간의 내사로 축적해 둔 CJ 관련 자료는 이번 수사에 큰 도움이 됐다.

검찰은 이 회장 진술 등을 검토한 뒤 27일이나 28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다만 이 회장의 모친 손복남 고문, 이 부회장 등 나머지 오너 일가는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