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6·25와 언론

입력 2013-06-25 18:33

해마다 이맘때면 언론에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바로 6·25전쟁에 관한 설문조사 내용이다. 이 기사가 해거리를 한 적은 거의 없다. 올해도 정부 부처나 기관, 언론사가 이런저런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면 이렇다. 학생 70% 가까이가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했다. 실로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곳곳에서 한탄과 개탄의 소리가 쏟아졌다. 그러자 북침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것을 의미한다는 말까지 돌았다. 말장난도 이런 말장난이 또 있을까 싶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북침(北侵)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략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남침(南侵)은 북쪽에서 남쪽을 침범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마침내 북한 공산군은 38선을 넘어서 남침을 감행했다’는 내용을 범례로 들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성인 36%, 청소년 53%가 6·25전쟁 발발 연도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한국갤럽이 전국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4%가 6·25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를 몰랐다. 발발 연도를 모른다는 비율이 남성(25%)보다는 여성(43%)이 훨씬 높았다.

이런 기막힌 현상은 왜 생겼을까. 학교에서 국사 교육을 홀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사가 시간을 때우는 과목으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사가 선택에서 필수로 전환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에 포함시켜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역사 공부를 소홀히 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여기까지는 교육 당국이 추진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역사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를 정독하면 된다. 그날그날의 소사(小史)를 기록한 신문 기사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국민(언론)의 눈으로 본 6·25 전사자 유해발굴 발자취’라는 책이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언론에 실린 기사, 사설, 기고, 사진을 간추린 기사 모음집이다. 이 책에는 유해발굴 현장, 영결식, 안장식, 호국용사들의 애국정신, 유가족의 애끓는 사연, 북한군 남침의 잔혹성 등이 실려 있다. 이런 기사 여러 건만 숙독한다면 6·25에 대한 무지는 사라질 것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