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상임] 사랑을 전하는 문화 나눔

입력 2013-06-25 18:39


지난 토요일 새벽 4시부터 무척이나 분주했다. 재능기부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점심을 해 주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20인분의 제육볶음과 미역냉국을 만들었다. 쌈장과 상추, 깻잎, 오이 등 채소를 듬뿍 준비했다. 소풍가는 사람처럼 들뜬 마음으로 피크닉 가방에 차곡차곡 담았다. 아침 7시쯤 인천 석남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공연은 한 시각장애인이 문화나눔 단체인 ‘초콜릿상자’에 요청해 성사됐다. ‘정안인(正眼人)이 옆에서 설명해줘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해 시각장애인을 초청했는데, 진한 감동을 느낀 그가 “우리 교회와 인근 사람들은 이런 공연을 볼 기회가 전혀 없다. 염치없지만 공연 기부를 해주면 좋겠다”고 했던 것이다. 초콜릿상자 신혜원 대표와 배우들은 기꺼이 수락했다.

석남초등학교에서 공연 장소를 빌려줬지만 무대장치, 조명, 음향을 제대로 갖추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공연 포스터를 만들고 여기 저기 도움을 청했지만 지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한 끼 식사 지원에 나선 것이었다.

성우 출신 배우들인 초콜릿상자 단원과 문화예술인들이 지난 9년간 연극과 콘서트를 통해 1만여명의 소외계층에게 문화를 전했고 공연 수익금 1억원을 노숙 여성 쉼터 마련을 위해 기부했다. 제대로 된 후원도 없이 배우들이 이런 일을 해왔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리허설을 끝내고 준비해 간 점심을 맛있게 먹는 배우들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소외계층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기부하는 그들이 위대해 보였다. 매달 기부금 몇 만원 내면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 마음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오후 2시, 학생과 지역주민 230여명이 강당에 모여 가족 뮤지컬 ‘방귀뀌는 며느리’ 공연을 보았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익숙한 성우들 목소리에 신기해하고, 익살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멋진 무대장치와 영상을 보면서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도 개교 이래 처음 하는 공연인데 매우 감동적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이 단체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연결해 도와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6월 29일과 30일, 대학로 엘림홀에서 ‘방귀뀌는 며느리’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02-332-5038). 공연과 콘서트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문화나눔 활동에 작은 보탬이 되어 주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김상임 (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