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지 역행하는 국가장학금 전면적 손질을

입력 2013-06-25 18:31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제도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 요구가 거세게 분출됐을 때 박 대통령은 소득연계 맞춤형이라는 국가장학금 확충 방안을 제시했다. ‘퍼주기’식 복지가 아니라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런데 감사원의 국가장학금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는 과연 정부가 심각한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저소득층을 실질적으로 돕는다는 명분 아래 더욱 확대키로 한 제도의 취지 자체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장학금 신청자 부모의 재산을 조사하면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만 의존해 금융·연금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실제로 80억원이 넘는 금융자산가의 자녀가 소득 하위 30%에 포함돼 장학금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는 저소득층 자녀 중 누군가는 장학금 기회를 박탈당하는 어이없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장학재단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증빙서류를 확인하지 않아 대상자가 아닌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심지어 일부 대학들이 이 제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해 1조7500억원이던 국가장학금 예산을 올해 2조7750억원으로 늘렸다. 내년에는 더 늘어난다. 이렇게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 대통령의 핵심 공약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본 취지에 역행하는 허술한 행정이 이뤄졌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가장학금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우선 장학금 신청자 및 부모의 소득과 재산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B학점 이상 학생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는 성적 제한, 편성된 예산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맹점 등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