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에 맞선 신학자 본회퍼, 그가 연인과 나눈 사랑의 글… ‘옥중연서’
입력 2013-06-25 17:26
옥중연서/본회퍼·마리아 폰 베데마이어 지음, 정현숙 옮김/복있는사람
“디트리히,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고 해서 제가 평탄한 삶을 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무의미하고 무덤덤한 인생이 되었을 테지요. 그때 당신이 오셨고, 저는 당신이 제게로 오셨음을 알았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아버지가 되고, 오빠가 되며, 저의 모든 것이 될 것입니다. 아니, 이미 당신은 그런 존재가 되었습니다.”(1943년 10월 8일자 마리아의 편지 중에서)
“하나님은 구유에 계시며 가난함 속에서 부요함이, 밤에 빛이, 버려짐 속에 도움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무 악한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우리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은밀한 사랑이었음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해 이 세상과 우리 인생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섬기게 될 뿐입니다.”(1943년 12월13일자 본회퍼의 편지 중에서)
목사이자 신학자로 히틀러의 나치정권에 맞선 디트리히 본회퍼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비록 본회퍼는 나치에 의해 1945년 4월 9일 39세의 젊은 나이로 처형당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시대를 지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본회퍼는 1943년 4월 5일 체포되기 약 3개월 전에 19세의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와 약혼했다. 사랑의 단꿈에 젖어 있던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었다.
이 책은 본회퍼와 마리아가 편지를 통해 교신한 사랑의 연서를 모은 것이다. 비록 검열을 당한 편지였지만 둘의 사랑이 모든 억압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는 충분하다. 또한 추천사를 쓴 본회퍼의 친구 에버하르트 베트게가 말한 그대로 이 편지글들은 ‘오늘날 우리가 세상에서 어떻게 하나님에 관해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 있다. 베트게는 이렇게 썼다. “세상적인 사랑의 체험 속에서 하나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추호의 거짓도 없이 하나님과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두 연인의 편지글은 시대를 넘어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출판사 측은 “본회퍼를 사랑하되, 더욱 사랑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 말미에 숭실대기독교학과 김회권 교수가 해설의 글을 썼다.
이태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