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패륜 동영상이라고요?
입력 2013-06-25 17:26
고등학생이 노인요양시설에서 봉사를 하면서 막말을 한 동영상이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키더니 이어서 10대로 보이는 사람이 길거리 수박 노점상의 수박을 발로 차는 동영상이 또 문제가 되었습니다. 전자는 ‘순천제일고 패륜동영상’이라는, 후자는 ‘대구 수박 패륜아’란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이 동영상들은 청소년들의 패륜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급속히 퍼져나갔습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지 한숨이 나오는 동영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을 패륜으로만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짓을 하게 되었는지를 살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청소년들이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내일에 대한 분명한 희망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공부 잘하거나 어떤 분야에서든지 남다른 실력을 갖춰야 주목을 받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보아하니 공부를 잘 할 것 같지 않습니다. 뭔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 마땅치 않은 친구들 같아 보입니다. 그런 학생들은 주목 받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문제가 된 동영상은 누군가에게 재수 없게 찍힌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찍어서 올린 것입니다.
‘주목받기 위해선 이 길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유튜브 등에서 관심을 끌고 조회수가 올라가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방법이 그들의 생각에는 이것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패륜과 같은 거창한 문제의식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그냥 재미로 하는, 아무 생각 없는 무지한 학생들의 일탈일 것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관심을 끌고 싶어 그릇을 깨는 것 같은 행동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드러난 것만 보고 패륜으로 모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결국 극단적인 처벌을 받은 앞의 그 학생들은 영영 그 절망에서 헤어 나올 길조차 막혀버린 것 같습니다.
‘그 학생들이 왜 그랬을까’를 더 세심하게 살펴보며 그들을 보듬어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은 다 성장한 어른이 아닙니다. 아직 변화될 가능성이 많은 청소년입니다. 물론 모든 청소년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그 동영상을 찍은 이들은 일부 일그러진 생각에 빠진 학생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품어 바로잡아 주어야 할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패륜 동영상이라고 불리지만 그것이 ‘패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말세야” 하면서 혀를 차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청소년들이 참 불쌍합니다. 패륜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기가 막힌 행동 속에 자리 잡은 마음 깊은 곳의 공허함과 절망을 읽어내고 그 병든 마음을 치료해주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계속 패륜 동영상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