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發 ‘금융한류’… 이젠 세계로 불어간다
입력 2013-06-25 17:43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전략 심포지엄’에는 수많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100여명에 이르는 은행·증권·보험업 참석자들은 각 금융회사 해외진출 사례와 SC은행의 한국진출 사례 발표에 주목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저금리·저성장으로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저금리로 수익구조까지 나빠졌다”며 “중동이나 북극유전 개발에 나설 러시아 등에 국내 금융회사가 진출해 산업과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산업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지리·문화적 근접성과 K팝 등 ‘문화한류’가 퍼진 아시아 신흥국에 금융한류를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금융한류’를 내걸고 위기 돌파에 나섰다. 해외 시장, 특히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오른 아시아 신흥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금융시장에 사활을 거는 것은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서다. 금리가 하락하는데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돈을 빌려가는 가계·기업이 없고, 돈을 굴려서 이익을 낼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 형편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9%(1조5000억원)나 떨어졌다. 총자산순이익률과 자기자본순이익률은 각각 0.41%, 5.22%로 지난해 1분기보다 0.33% 포인트, 4.56% 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의 경우 2012 회계연도(지난해 4월∼올 3월) 당기순이익이 1조2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43.9%(9718억원) 감소했다. 전체 62개 증권사 중 15곳이 적자였다. 나머지 47개사가 그나마 흑자(1조5316억원)였지만 수수료 수익 감소 등으로 이익은 5105억원이 줄었다.
보험사·카드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 수익성이 나빠져 보험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결국 금융회사들은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도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금융지주회사 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비중을 향후 10년간 1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 대외적으로 문화와 융합된 금융한류를 아시아 신흥국에 확산시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