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정취 솔솔∼ 치유의 향기 폴폴∼’ 허브 집에서 키우기
입력 2013-06-25 17:36 수정 2013-06-25 22:30
‘파워 블로거’ 오하나씨, 집에서 쉽게 키우는 비법 공개
“한여름 초록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베란다 정원을 만들고 싶다면 허브에 눈을 돌려 보세요.”
‘허브 소녀 퀘럼’ 오하나(30)씨는 허브는 그저 눈으로 보고 즐기는 나무나 꽃과는 달리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고, 품종만 잘 고르면 한여름에도 잘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 잎이나 줄기를 각종 요리에 쓰고, 말려서 차를 우려 마실 수도 있는 허브는 ‘키우기 어렵고 쉽게 죽는 풀’로 악명이 높은데…. 오씨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서 사랑을 주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별명답게 허브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로 허브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허브는 뭍으로 온 섬처녀의 가족이 되어 주었고, 어릴 적 꿈도 이루게 해주었습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오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세살 때 홀로 상경했다고. 어릴 적부터 꽃을 좋아했던 그는 집 마당에 야생화를 가꿨던 마음으로 허브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도 처음에는 야생화와는 다른 허브의 까칠함에 마음 졸이는 일이 적지 않았다. 반지하방에 살 때는 햇볕이 모자라 시들시들 앓아 가벼운 주머니 탓을 했고, 물을 많이 줘 죽이기도 했다. 이런 저런 경험을 밑거름 삼아 3년 전부터 본격적인 허브 가꾸기에 나섰다. 허브 씨앗을 심고 키우면서 그 과정을 블로그에 올려 2011,2012년 연거푸 ‘파워 블로거’도 됐다. 그리고, 500만명이 다녀간 블로그의 내용을 담아 올 4월 ‘퀘럼이랑 집에서 쉽게 허브 키우기’를 펴내면서 어린 시절 꿈이었던 작가도 됐다.
여느 해보다 일찍 시작된 장마가 주춤했던 지난 23일, 허브 잘 키우는 방법을 듣기 위해 서울 휘경동 오씨의 집을 찾았다. 지난 5월 결혼하면서 새로 이룬 보금자리로, 베란다에는 허브 화분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양파 고추 참깨는 물론 레몬 석류, 은행나무 소나무도 허브지요.”
우리가 흔히 허브로 아는 것들 외에도 다양한 허브가 있다고 소개한 그는 물, 햇볕, 통풍 관리에 신경을 쓰면 허브를 잘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브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고, 창을 열어 바람이 잘 통하게 해야 합니다. 물은 품종의 특성에 따라서 줘야 하니 조금 까다롭긴 합니다. 호호”
오씨는 초보자가 습기가 많은 한여름에 도전해볼 만한 허브로 레몬밤, 캣트닙, 레몬그라스, 바질, 세이지, 로즈제라늄, 야로우 등을 추천했다. 피해야 할 것으로는 루꼴라, 겨자채, 처빌, 파슬리 등을 꼽았다. 주로 잎을 먹는 허브들로, 진딧물이 많이 생겨서 실패하기 쉽다는 것. 꽃을 즐기고 싶다면 수레국화, 꽃양귀비, 금잔화, 한련화, 라벤더에 도전해보라고 했다. 이들은 먹을 수 있는 꽃들로 비빔밥, 화전, 꽃샐러드 등을 만들 수 있다.
“초보자라면 모종으로 사서 키우는 게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욱 그렇고요.”
모종을 고를 때 포트를 뒤집어 봐서 뿌리가 포트 밖으로 조금 삐져나와 있는 것이 좋다. 뿌리가 튼튼하다는 증거이므로. 그래도 유난히 갈색 잎이 많거나 진딧물 등의 벌레가 있다면 불합격이다. 줄기가 지나치게 길고 가는 것도 좋지 않다. 키가 큰 것도 사절이다. 특히 줄기 마디 사이 간격이 길고 가늘면서 잎이 큰 것은 금물이다. 햇볕이나 영양분이 부족해 웃자란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허브는 물론 다른 식물도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선 분갈이가 필수입니다. 요즘이 분갈이하기에 좋은 때이므로 모종을 구입한 뒤 화분에 옮겨 심으세요.”
오씨는 “포트에서 꺼낼 때 뿌리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기존의 흙을 털지 않은 채 옮겨 심은 다음 반그늘에서 2∼3일 쉬게 한 다음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내보내라”고 당부했다. 허브는 뿌리가 잘 자라므로 15∼17 ㎝ 깊이의 화분에 옮겨 심되 마사토를 섞어 주는 것이 포인트. 마사토 10%를 화분 밑바닥에 깔은 다음 밑거름 또는 지렁이분변토 10%와 마사토 10∼20%를 섞어 화분을 채운 다음 허브를 옮겨 담고 상토나 배양토를 채워 살짝 눌러 준다. 이때 화분의 20% 정도를 비워 두어야 물을 줬을 때 넘치지 않는다. 분갈이를 한 다음 자리를 잡았을 때 해충방지제를 미리 뿌려 주면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다.
“모종으로 사서 키우다 허브와 친해진 다음에는 씨앗을 사서 뿌려 보세요. 쏘옥 얼굴을 내미는 잎들은 정말 귀여워요. 파종은 8월말쯤이 적기입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