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충돌] 민주당 ‘창’· 朴대통령 ‘방패’ 격돌

입력 2013-06-24 22:41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 수용 요구 서한을 반박하고 나선 것은 이명박정부 시절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빌미로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문제 삼으려는 야당 공세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서기로 하는 등 고강도 대여 투쟁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야당의 움직임이 정당하지 않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먼저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음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처럼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는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위한 절차에는 전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게 밝혔다.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쭉 이야기해오지 않았느냐”는 박 대통령의 언급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에선 김 대표가 직접 서한을 보내 압박을 가한 것은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시각이다.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박 대통령을 여야 정쟁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바짝 날을 세웠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첫 발언치고는 책임 있는 자세와 거리가 먼 상황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발언”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이 불법 대선행위에 관여했는지가 아니라 선거개입이 확인된 국정원과 이를 은폐한 경찰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날 오전 김 대표의 서한을 통해 박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여세를 몰아 이번 주부터 장외투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첫 장외행사로 26일 서울 여의도역에서 ‘국정조사 이행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인다. 또 29∼30일 수도권 부산 광주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도 연다. 민주당이 장외집회를 하는 것은 2009년 7월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후 4년여 만이다.

앞서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보낸 A4용지 4쪽 분량의 서한을 낭독했다. 그는 서한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국기를 뒤흔든 헌정파괴 행위”라며 “박 대통령은 하루속히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창호 백민정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