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운전자 안전까지 위협한다

입력 2013-06-24 21:43


충북 도내에서 차량 운행 중 야생동물들의 로드 킬(road kill)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동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생태도로가 부족해 동물의 피해를 넘어 운전자 안전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24일 충주·보은 국토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 도내 국도에서 고라니, 너구리, 고양이 등 야생동물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발생하는 로드 킬 사고는 총 1344건(충주사무소 1006건·보은사무소 338건)이다. 하루 평균 3.6마리의 야생동물이 도로 위에서 통행 차량에 부딪혀 죽고 있다. 고속도로와 지방도 등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포함하면 로드 킬 발생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드 킬은 무분별한 개발로 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먹이를 찾는 동물들이 주택가나 인근 도로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지켜줄 수 있는 생태도로가 부족한 데 따른 현상이다. 충북에 설치된 생태도로는 고속도로 15곳, 국도 7곳, 지방도 20곳 등 총 42곳이다. 시·군별로는 청주 2곳, 청원 7곳, 충주 3곳, 진천 2곳, 영동 1곳, 보은 16곳, 괴산 3곳, 단양 8곳이다.

사고를 당한 동물의 처리기관도 고속도로는 도로공사, 국도는 국토관리사무소, 지방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등 주먹구구식이다. 줄지 않은 로드 킬로 인해 동물 피해는 물론 차량 운전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2차사고가 유발되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로드 킬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안전시설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도 도로시설팀장은 “지자체의 열악한 예산과 도로환경을 고려하면 안전시설 설치에 어려움이 많다”며 “로드 킬 사고 처리도 대부분 운전자의 신고에 의존해 신속한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충북지부 박도원(57) 사무국장은 “도로 위로 내몰린 야생동물과 사람의 안전을 위해 도로변 생태도로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생태도로가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은 예산문제가 아니라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