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위독… 남아공 국민들 ‘영웅과의 이별’ 준비

입력 2013-06-24 19:55

“이제 보내드릴 때가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이 남아공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95) 전 대통령의 죽음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만델라는 지병인 폐 감염증 등으로 2011년 이후 여섯 차례나 병원에 입원해 왔지만 그때마다 훌훌 털고 일어났다. 지난 8일 증세가 재발해 다시 입원한 뒤에도 “심각하지만 안정적”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프리토리아의 병원에 아직 입원해 있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상태가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주마 대통령은 “의료진이 만델라 대통령의 상태를 호전시키려고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며 남아공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만델라와 가족, 의료진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로이터통신은 남아공 국민들이 만델라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그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페투니아 마푸예카는 출근길에 “시간이 다 됐다면 보내줘야 한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우리에게 자유를 주고 떠나는 그분을 항상 기억하고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만델라와 그의 첫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 마카지웨는 아버지가 위독한 상태라고 발표되기 직전에 이뤄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세상을 위해 많은 봉사를 했다”면서 “가족들은 아버지가 고통 없이 평화롭게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놓아버릴 수는 없다. 만델라가 입원한 프리토리아 메디클리닉심장병원에는 쾌유를 빌며 시민들이 놓아둔 꽃과 카드, 풍선이 가득 쌓여 있다. 한 시민은 카드에 “당신은 그 무엇보다 강한 사람이고 당신이 있기에 오늘날 나도 있다”고 썼다.

미국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만델라의 쾌유를 기원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의 마음과 기도가 그와 가족, 남아공 국민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26일부터 남아공을 포함해 세네갈과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과 흑인차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만델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며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철폐시킨 만델라는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선 후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켜 흑백 간 평화와 공존을 이끌어냈고, 퇴임 이후에도 남아공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아 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