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에콰도르행 선택… 경로는 불투명
입력 2013-06-24 19:17 수정 2013-06-25 00:21
미국 정부의 전방위 정보수집 행태를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결국 에콰도르행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를 돕고 있는 위키리크스는 성명을 내 “스노든이 에콰도르행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위키리크스 운영자인 줄리안 어산지는 24일 “스노든이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라면서 “그는 위키리크스 구성원과 동행하고 있으며 법률팀과도 접촉하고 있지만 어디 있는지 말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도 이날 베트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스노든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으로 미국의 입장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정보기관의 통화기록 및 이메일 등 개인정보에 대한 감시는 전 세계에 대한 권리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에콰도르는 지난해 6월 영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폭행 혐의로 스웨덴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한 나라다.
모스크바 공항에 머물고 있는 스노든은 24일 쿠바 아바나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으나 탑승하지 않았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전했다. 아바나행 아에로플로트 항공기에 동승한 30여명의 기자들도 스노든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현지 보안 관계자는 “스노든이 쿠바행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도 스노든이 홍콩을 빠져나간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자 외교적 패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앞으로도 스노든이 미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는 미국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전한 망명길을 돕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런 러시아의 태도를 의식해 “러시아나 홍콩이 스노든의 망명계획을 알고 허용한 것이라면 이는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적대하는 쿠바가 스노든을 돌려보낼 리 만무하고, 반미 좌파 정부가 들어서 있는 에콰도르도 “원칙에 따라” 스노든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스노든의 망명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최소 4개 국가로부터 ‘물’을 먹는 셈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