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위력… 나일강 댐이 아프리카 맹주를 바꾼다?
입력 2013-06-24 19:17
댐 하나로 지역 패권을 바꿀 수 있을까. 나일강 상류에 에티오피아가 건설하고 있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댐이 이집트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댐 건설로 이집트로 대표되는 북아프리카 아랍계 대신 수자원을 장악한 사하라사막 이남의 동아프리카가 새로운 아프리카의 맹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에티오피아는 나일강 주요 지류인 청나일강에서 나흐다(르네상스) 댐 건설을 위한 물길 변경 공사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규모인 나흐다 댐은 4년 공사비만 48억 달러로 발전 용량이 6000㎿에 이른다. 아프리카 최대 규모다.
에티오피아는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주변국인 수단, 케냐, 지부티 등으로 수출해 소득증대를 꾀할 예정이다. 국민의 기대도 커서 한 달 소득이 미화 100달러도 안 되는 현실에서 댐 건설을 위한 국채매입 운동이 국민 사이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아프리카 11개국을 관통하는 나일강은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원하는 백나일과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에서 시작되는 청나일 등 2개의 주요 지류로 나뉜다. 이 중 청나일강은 나일강 전체 수량의 85%를 차지하고 있어 나흐다 댐이 완공되면 이집트는 식수원을 에티오피아에 통제받는 심각한 수자원주권 공백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신문은 나일강의 수자원을 독점하던 이집트로서는 나흐다 댐 건설이 그동안 북아프리카 아랍계가 갖고 있던 아프리카의 맹주자리를 사하라사막 이남의 동아프리카가 차지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인지 이집트의 반응은 격렬하다. 에티오피아의 댐 건설이 1959년 이집트와 수단이 맺은 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집트는 1929년 수자원 이용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설프로젝트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 또 1959년에는 아스완 댐에 유입되는 연간 수자원 중 555억㎥의 사용권한을 확보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에티오피아 등이 식민시대의 불합리한 협정으로 나일강 이용이 제한된다며 97년 나일강 유역 이니셔티브를 창설했고 2011년 5월에는 공정한 수자원 사용권한을 규정한 엔테베조약에 서명하면서 이집트를 압박했다.
이집트는 시민혁명 이후 엔테베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나일강 수자원 배분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연안 국가와 협력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모하메드 카멜 암르 이집트 외무장관과 테드로스 아드하놈 에티오피아 외무장관은 18일 나흐다 댐과 관련한 회담을 가졌다.
FT는 수자원 배분을 놓고 시작된 양국의 갈등은 식민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