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國調’ 충돌] 朴, 정통성 시비 원천봉쇄
입력 2013-06-24 18:48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 수용 요구를 반박하고 나선 것은 이명박정부 시절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빌미로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문제 삼으려는 야당 공세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서한을 받고 맨 먼저 지난해 말 대선에서 자신이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음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이처럼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는 처음이다.
민주당이 이 사건을 ‘국기를 흔드는 헌정파괴 행위’라고 규정하며 원내에서는 물론,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서기로 하는 등 고강도 대여 투쟁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재빨리 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정당하지 않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려 했다는 관측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위한 절차에는 대통령과 청와대, 나아가 행정부가 전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게 밝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진행될 사안인데 왜 청와대가 나서야 하느냐고 거꾸로 야당 측에 반문한 셈이다.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쭉 이야기해오지 않았느냐”고 박 대통령의 언급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에서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압박을 가한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오는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둔 박 대통령을 여야 정쟁의 소용돌이에 끌어드리려는 의도까지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참모들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표가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청와대의 차분한 대응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직접 김 대표가 보낸 서한을 본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어떠한 국정원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박 대통령 언급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청와대는 앞으로도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불개입 스탠스를 고수할 전망이다. 여권 핵심 인사는 “민주당이 이명박정부의 쇠고기 촛불집회처럼 이 정부를 끌고 가려 하는데 결코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