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외국인 명장을 찾아보기는 했을까?
입력 2013-06-24 18:44
“이게 대한축구협회의 횡포이자 만행이다. (홍명보 감독이) 타 외국인 감독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외국인 감독이 누군지 알고 싶다. 외국인 감독은 늘 축구협회를 머리 아프게 하는 을(乙)이었다.” loos**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축구 팬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단순한 넋두리라고 치부할 수 없는 ‘뼈있는 말’이다.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을 보면 한편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연상케 한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난 19일 차기 사령탑 후보를 발표하면서 “홍명보 감독을 포함해 국내외 지도자 4명으로 압축했다”고 말했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 세뇰 귀네슈 전 터키 감독, 마르셀로 비엘사 전 아르헨티나 감독 등이 후보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협회는 지난 21일 “이르면 24일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의 주인공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단장으로 터키에 출장을 갔다가 쿠바와의 조별리그 개막전을 본 뒤 서둘러 귀국해 후임 사령탑 선정을 마무리했다. 유력한 차기 사령탑 후보였던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일정에 맞춰 애초 22일 귀국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이틀 뒤인 24일 오후에 한국에 도착했다.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하겠다고 발표한 뒤 6시간여 만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협회는 예전부터 홍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내정한 뒤 구색을 맞추기 위해 김호곤, 귀네슈, 비엘사 감독을 후보에 올렸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세 감독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얘기가 된다. 협회는 이들과 접촉 자체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협회는 평범한 지도자로 전락한 귀네슈, 비엘사 감독 외에 저명한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홍 감독에게만 매달린 것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아직 때가 아니다”며 계속 고사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팀을 만드는 스타일인 홍 감독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협회는 시간에 쫓기듯 홍 감독을 집중 설득했고 결국 지휘봉을 맡겼다. 18개월 전 전북 현대의 최강희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떠안겼을 때처럼. 도대체 협회 안중에는 ‘장기적인 플랜’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걸까.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