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제2도약기 만들겠다”… 홍명보 차기감독 확정

입력 2013-06-24 18:38 수정 2013-06-24 22:48

“나는 칼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 칼은 너희를 해치는 사람들을 해치기 위한 칼이다. 그러니까 너희는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해라. 그 주변 것들은 내가 전부 책임지겠다.”

홍명보(44) 감독이 카타르와의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홍 감독의 말을 들은 선수들은 전율했다. 거칠 것이 없었던 ‘홍명보의 아이들’은 결국 동메달을 따냈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을 새롭게 이끌 홍 감독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일화다. 홍 감독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A대표팀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24일 경기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어 기술위원회가 추천한 4명의 사령탑 후보 가운데 홍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확정했다.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이날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귀국한 홍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사령탑이 된 것은 영광”이라며 “지금부터 대한민국 축구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사명감을 지니고 국민 여러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 감독은 25일 파주 NF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팀 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 한·일 월드컵까지 중앙 수비수를 맡아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한·일 월드컵 땐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주장을 맡아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다. 2004년 미국 프로축구 LA갤럭시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로 변신한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내 실력을 인정받았다.

홍 감독이 선수와 지도자로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은 엄격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소 홍 감독은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형님 리더십’을 앞세운다. 그러나 필요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누구에게든 독설을 내뱉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선수들의 사명감 부족,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들 간의 불화, 저하된 경기력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홍 감독이라면 국내파와 해외파를 모두 컨트롤 할 수 있고, 선수들의 정신력도 다잡아 팀워크를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월 스승인 히딩크 감독이 있는 안지 마하치칼라(러시아)로 떠나 반년간 연수를 소화한 홍 감독이 첫 시험대인 내달 20일 동아시아연맹(EAFF) 선수권대회에서 어떤 리더십으로 한국 축구를 살릴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