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로랜드 골 룩셈부르크 군사박물관장 “6·25 참전 너무 자랑스러워”
입력 2013-06-24 18:31
“룩셈부르크는 작고 평화로운 나라지만 한국처럼 원치 않는 참혹한 전쟁을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평화의 소중함을 그 어느 나라보다 더 잘 알고 있고 6·25전쟁에 참전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룩셈부르크 국립군사박물관 로랜드 골(58·사진) 관장은 지난 18일 5명의 학예관과 함께 방한했다.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룩셈부르크 참전군인들이 치른 전투상황 모형(디오라마)을 직접 설치하기 위해서다. 전쟁기념관 유엔참전실에 마련되는 디오라마는 룩셈부르크 군인들이 중국군 제70사단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김화-잣골 전투’ 장면으로 양국 박물관이 공동 제작했다. 룩셈부르크 국립군사박물관이 세부 설계와 전시유물을 담당하고 전쟁기념관은 소품과 무기류 등을 제공했다.
양국은 2010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룩셈부르크 군사박물관에 설치된 디오라마를 전쟁기념관에도 설치키로 하고 2년간 준비작업을 해왔다.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이 디오라마는 양국의 철저한 고증과 룩셈부르크 참전군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됐다. 유물은 룩셈부르크 국립군사박물관 6·25전쟁실에 있던 것들이다. 골 관장은 “우리박물관에는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가져온 옷과 장비, 북한과 중공군의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며 “이 중 일부를 한국에 전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수도 룩셈부르크시티에서 35㎞ 북쪽 디키르히에 있는 국립군사박물관은 지난 84년 개관했다. 4층으로 된 건물에는 1차, 2차 세계대전과 룩셈부르크군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유물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룩셈부르크는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지원병을 모집해 1951년 1월과 52년 3월 2차례 85명을 파병했다. 골 관장은 “룩셈부르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2번이나 독일에 점령당해 모진 고통을 겪다가 미국의 도움으로 해방될 수 있었다”며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몰랐지만 침략을 받은 국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룩셈부르크는 군대도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는 “노동자 농민 사업가 등 일반 시민들이 지원했었다”며 “현재 13명의 참전용사들이 생존해 있다”고 전했다.
골 관장은 84년 개관 시 학예관으로 근무하다 2006년 관장으로 취임했으며 ‘벌지 전투’ 등 4권의 책을 펴낸 전쟁사 전문가이다. 그가 쓴 아르덴전투에 관한 책은 미국에서도 출판돼 15만권이 팔리기도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