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생생한 역사교육 현장… 그때 ‘기억·약속’ 일깨운다

입력 2013-06-24 18:31 수정 2013-06-24 22:22


전쟁의 상흔을 깊이 경험한 국가일수록 전쟁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노력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세워진 전쟁기념관이나 군사 박물관들은 이런 노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은 6·25전쟁 Ⅲ실인 유엔참전실을 대폭 확장한다.

◇전쟁기념관, 참전 63개국 기록 전시=다음달 10일부터 유엔참전실 전시 면적이 990㎡에서 1650㎡로 확대되고 전시유물도 600여점에서 1000여점으로 늘어난다. 전시실은 ‘발견의 장’과 ‘기억의 장’ ‘약속의 장’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기존전시실은 6·25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했던 16개국과 의료지원국 5개국만 전시했다면 새 유엔참전실에선 물자 지원 42개국을 포함해 63개국 모두의 지원활동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발견의 장’에는 초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유엔군 파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 트리크브 할브란 리의 유품과 참전·지원국 63개국의 위치와 지원규모,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문과 성명서 등 당시의 각종 문서들이 전시된다.

‘기억의 장’은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아이를 안고 아내와 작별키스를 하는 미군병사와 파병열차를 탄 아버지에게 샌드위치를 건네주는 아이의 사진 등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1950년 12월 흥남 철수 시 정원 44명의 수송선에 1만4000여명을 태워 철수시킨 메리디스호의 레더드 라우 선장의 인터뷰 영상도 전시된다. ‘약속의 장’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준다.

지난 94년 개관한 전쟁기념관은 지난해 연 관람객이 18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2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선영제 전쟁기념관장은 24일 “전쟁기념관은 역사의 소중한 ‘기억 저장소’이자 미래 세대에 선조들의 경험을 전하는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장인 주요국 전쟁기념관=영국 런던에 있는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은 1차 세계대전부터 이라크전에 이르기까지 영국과 영연방국가들이 참전했던 전쟁에 대한 유물과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다. 17년 설립된 박물관 입구에는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거대한 함포 2문이 자리 잡고 있다. 지상 4층, 지하 2층으로 구성된 전시실에 실제 사용됐던 각종 대형 무기들은 물론 참전용사들의 편지와 가슴에 품고 있었던 사진, 개인소지품까지 약 14만건이 전시돼 있다. 연간 방문객은 80만명으로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시 잔혹한 유대인 학살정책을 펼쳤던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유대인 박물관이 있다. 33년 설립됐지만 38년 나치정권에 의해 폐쇄됐다가 2001년 재개관됐다. 2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유대인들을 위한 박물관으로 98년 베를린시의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된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독특한 외관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는 2000년간의 힘겨운 유대인들의 삶과 유대인과 독일의 관계에 대한 각종 유물과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겠다는 철저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48년 독립전쟁 시 치열한 기갑전이 벌어졌던 라트룬 언덕에 ‘라트룬 전차 박물관’을 세웠다. 포탄 자국이 선연한 요새 건물을 내부만 개조해 전차 관련 각종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기갑장병들은 매년 1주일간 이곳에서 정신교육을 받는다. 전차에서 떼어낸 녹슨 철판과 콘크리트, 강화유리로 만든 ‘눈물의 타워’는 독립전쟁 때부터 현재까지 전사한 4968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벽과 함께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장소가 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김미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