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6·25 다큐영화 ‘페이딩 어웨이’ 크리스토퍼 리 감독

입력 2013-06-24 18:46


“전후세대와 소통 위해 만든 영화 6·25 몰랐던 이들도 공감의 눈물”

“6·25전쟁을 모르는 전후세대들이 전쟁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흔한 전쟁물이 아니라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6·25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페이딩 어웨이(Fading away)’를 제작한 재미교포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H K Lee) 감독. 그는 2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나 재미교포처럼 한국 역사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난 22일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에서 한 차례 상영됐다.

‘페이딩 어웨이’는 지난해 미국 LA CGV 시사회 등에서 호평을 받았고 올 4월 17일 미국 남가주대(USC)를 시작으로 하버드대, MIT 등에서 10여 차례 순회 상영을 마쳤다.

영화는 전쟁고아로 살아온 한 할아버지가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 북한 개성이 고향인 박유진(76) 할아버지는 13세에 터진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전쟁고아로 전락한다. 이후 서울과 수원, 부산 등을 거치며 전쟁의 참상을 목도했다. 리 감독은 “미국에서 상영되면서 한국전쟁의 비극을 몰랐던 사람들이 공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며 “영화는 전쟁을 겪은 16명의 인물이 등장해 잊혀진 기억과 관심, 사랑을 풀어냈다”고 밝혔다.

10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리 감독의 아버지 역시 6·25 당시 장교를 지낸 재향군인이다. 리 감독은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포병부대 장교로 6·25에 참전했지만 생전에 한 번도 전쟁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며 “사진이 궁금해 물었지만 늘 그냥 ‘넌 몰라’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영화는 리 감독의 아버지처럼 6·25를 경험했지만 마음에만 담아둔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는 “6·25전쟁을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100여명을 만나 인터뷰했고 미국 곳곳의 한인사회에서도 연락이 많이 왔다”며 “영화는 많은 사람이 참여한 합작품”이라고 했다.

영화에는 미공개 컬러사진과 영상기록도 등장한다. 특히 폭파된 한강철교 위로 피난민이 건너는 장면을 촬영한 프랭크 윈슬로(86) 예비역 미군 중령의 도움이 컸다. 그는 영화에도 직접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당시 촬영한 사진도 제공했다. 미군정 당시 군사고문단이었던 윈슬로 중령은 1948년부터 1953년 휴전까지 6·25 관련 기록영화와 사진, 항공사진 등을 촬영했다.

‘페이딩 어웨이’ 제작에는 한국 고교생부터 대학생, 재미교포 2세 등 젊은이들이 인턴으로 참여해 젊은 언어로 영어 자막을 달았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도 음향 편집에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페이딩 어웨이’는 25일 숙명여대와 성신여대 ROTC를 대상으로 상영된다.

글=신상목 기자, 사진=김태형 선임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