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크라우드펀딩 열풍… 국내선 ‘소셜론’ 바람
입력 2013-06-24 18:27
미국의 부동산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달 ‘펀드애니싱닷컴(FundAnything.com)’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를 공동 설립했다. 그는 “누구든 어떤 이유로도 돈을 불릴 수 있는 곳”이라는 말로 이 웹사이트를 설명했다. ‘인터넷 공룡’ 구글은 지난달 크라우드펀딩업체 ‘렌딩클럽(lendingclub)’에 1만2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미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의 거대 케이블 채널인 에이앤드이네트워크(A&E Network)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크라우드펀딩이 뜨겁다. 세계적 기업이 앞 다퉈 뛰어들 정도다. 우리 정부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주목하고 있다. 왜 크라우드펀딩일까.
◇‘공유금융’의 탄생…현실은 아직 ‘소셜론’=크라우드펀딩이란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대출 등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일종의 공유경제 행위다. 용어 자체는 생소하지만 지난 대선 때 등장했던 문재인펀드, 안철수펀드 등이 크라우드펀딩의 한 형태다.
최근에는 박근혜정부가 크라우드펀딩을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수행할 창조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소 벤처기업 창업·경영지원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할 수 없는 부분이나 외면하는 영역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엔젤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계는 정부 생각과는 조금 다른 곳에서 수익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초점이 기업을 돕는 증권 발행·투자에 맞춰져 있다면, 업계의 주력 사업은 소액금융 대부 성격의 ‘소셜론(Social Loan)’이다.
한 크라우드펀딩 업체 관계자는 24일 “현재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계는 기업자금 조달이나 문화 후원보다는 개인 간 금융거래(P2P 금융)에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론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저신용층·다중채무자에게 불특정 다수의 투자금을 모아 급전을 건네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가 신용정보와 함께 필요한 금액, 상환 기간을 크라우드펀딩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수하면 업체가 심사 후 이자율(20% 안팎)을 산정한다. 이자율과 신용도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경매 형식으로 참여한다. 소셜론 업체는 상환받은 돈에서 수수료를 떼고 투자자에게 분배한다. 크라우드펀딩 업계는 국내 소셜론 시장의 규모가 8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추정한다.
소셜론을 포함한 크라우드펀딩 산업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가 5000억 달러까지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크라우드산업연구소는 크라우드펀딩이 법제화되면 국내 시장 규모가 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자 보호가 최대 관건=업계는 소셜론이 돈을 빌리는 ‘대출회원’, 빌려주는 ‘투자회원’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윈윈 금융’이라고 주장한다. 자금이 급한 대출회원에게는 금리가 연 40%에 육박하는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계보다 낮은 금리로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빚 경매에 참여한 ‘투자회원’에게는 저금리 시대에 드문 연 10∼20%대의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는 논리다. 대부업체와 사금융업체에 흘러들어갈 고금리 이자 수익이 여러 사람에게 선순환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다. 아직 크라우드펀딩이 금융투자와 관련한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대출 부실에 따른 피해 방지 등이 미흡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원리금을 갚지 않는 ‘먹튀’ 대출회원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실제로 크라우드펀딩 업체에서 다수의 펀딩을 받았다가 상환을 하지 못한 대출회원이 최근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국민행복기금 협약 기관이 아닌 까닭에 채무 탕감 신청은 거절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