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턴 경쟁 갈수록 가열

입력 2013-06-24 18:22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금턴’이라 불리는 대기업 인턴십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금턴’은 ‘금(金)처럼 소중한 인턴’의 줄임말로, 정규직 전환이 약속되거나 전환율이 높은 인턴십을 가리킨다.

24일 SK그룹에 따르면 올해 인턴사원 채용 경쟁률은 100대 1을 웃돌았다. 지난 21일 올 여름방학을 이용해 인턴으로 일할 대학생 300여명에게 최종 합격을 통보했다.

최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21개 계열사에서 대학생 인턴 3000명을 선발한 삼성그룹의 사정도 비슷하다. 삼성그룹은 인턴사원 경쟁률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해마다 10대 1에 이르는 대졸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금턴’의 인기는 이들 기업의 인턴사원이 되는 것만으로 정식으로 입사하기 위한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9000명 중 28%인 2520명이 삼성그룹에서 인턴을 지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숫자는 삼성그룹이 해마다 뽑는 인턴사원 3000∼3500명과 비교하면 72∼84%에 이르는 수준으로, 삼성의 인턴사원 10명 중 8명 정도가 정식으로 입사한다는 결과다.

LG그룹의 경우 LG유플러스가 인턴십을 거친 대학생들을 CEO 최종면접 후 100% 가까이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만큼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여름방학 인턴으로 900명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에는 1300명을 선발해 인턴 인원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SK그룹 역시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이 인턴십을 거친 학생들의 최소 50%를 정식 채용하는 등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계열사의 경우 인턴의 70∼80%를 정직원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실제로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9월 인턴제를 도입한 37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회사의 95%가 인턴 과정을 채용과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인원의 46.8%를 인턴사원으로 뽑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인턴사원에게 직접적인 인사 혜택을 주지 않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인턴과정에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업무능력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어 유리하다”며 “몇몇 그룹의 경우 인턴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대학생 중에서는 졸업을 늦춰가면서까지 다음해 인턴에 도전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