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6·25… ‘NLL·국정원’ 싸고 좌우갈등 격화

입력 2013-06-24 18:07

6·25전쟁이 발발한 지 63년이 지났지만 진보·보수 세력 간 대립은 격화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6·25와 관련해 근거 없는 선동글이 난무하고, 오프라인에서도 ‘국정원 선거 개입’과 ‘NLL 대화록’ 등 이념적 이슈를 둘러싼 대립이 증폭되고 있다.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오유) 게시판에는 24일 한 네티즌이 ‘6·25전쟁이 일어난 이유’란 제목과 함께 “북이 쳐들어오기 전에 전라도에서 미리 북에 정보를 흘리는 바람에 낙동강까지 밀렸다”며 “그때 남은 잔당들이 5·18 광주사태를 일으켰고 지금도 전라도에 간첩이 상당수 있다. 일베에서 배웠다”는 글을 남겼다. 일베는 보수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를 뜻한다. 오유 회원들은 “일베 아웃” 등 비난글을 쏟아냈다.

일베 게시판에는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누명’이라는 주장과 함께 진보단체를 비판하는 글들이 수시로 게시되고 있다. 일베 회원들은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주최로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사진을 올린 뒤 “좌좀(좌익좀비)을 힐링했다”고 표현했다. 한 회원은 “촛불문화제나 시국선언 움직임을 보이는 대학생들은 학교를 자퇴하고, 검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오유 게시판에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벗기 위한 일베의 눈물겨운 노력’이라는 제목과 함께 “누가 빨갱이인 줄 모르겠다. 일베에는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사건(국정원 선거개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북한이 싫다면서 정작 북한이 되길 바라는 것 아니냐”는 반박글이 게시됐다.

NLL 논란과 관련해 일베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며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주장하는 글이 쇄도한 반면 오유 게시판은 “NLL 논란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덮으려는 수작”이란 글로 도배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도 진보·보수 단체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대련 학생들은 24일 서울 태평로1가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사태 해결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정원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와 국민들의 투표권에 개입했고,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서울 종묘공원에 모여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전부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사회 혼란을 만드는 촛불집회에 반대하며 국정원 사건을 꼬투리 잡는 종북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일 서울대와 이화여대 학생들이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24일에는 경희대 총학생회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즉각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일부 대학 총학생회의 시위는 정부가 북한 문제로 중대 기로에 서 있는 틈을 타 정부를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