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젹적절성 논란 빚은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
입력 2013-06-24 17:55 수정 2013-06-24 22:51
정치권은 장외투쟁 재연되지 않도록 지혜 모아야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어제 전격 공개했다. 국정원이 보관해오던 정상회담 녹음테이프 녹취록의 기밀 분류를 해제한 뒤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했다. 국정원은 “6년 전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가운데, 오히려 회담 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됨을 깊이 우려했다”고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국가기관이 여야 정치권의 합의도 없이 자체 판단으로 기밀을 해제한 데 대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국회 요청이 있을 경우 적법 절차를 거쳐 공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의 대화록을 검찰에서 지난 2월 공공기록물로 분류했고, 공공기록물의 비밀분류를 변경하는 것은 국정원의 권한 내의 일로 판단된다. 하지만 NLL 발언록이 여야의 첨예한 정쟁 대상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기계적 절차에 따라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논란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국정원의 공개행위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확산돼 가던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될 수 있다.
대화록이 비록 6년 전의 것이고 대화 당사자가 사망했지만 남북관계를 더 후퇴시킬 수도 있다. 또 정상회담의 대화록은 공개하지 않는 게 외교적 관례다. 이 때문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로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발언록을 공개함으로써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로 확인되면 미묘한 남북문제가 걸린 사안을 놓고 국정원이 국가 이익보다 조직 논리를 우선했다는 비판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여당이 발언록 전문을 당분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신중한 태도다. 그러나 발췌본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위원장님하고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NLL은 바꿔야 합니다”라는 등 NLL 포기로 해석될 발언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발췌본이 공개된 마당에 특정 발언의 진의나 맥락 등을 놓고 끝없이 논쟁만 계속된다면 전문을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야 정치권이 국가이익을 고려해 성숙한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정치권은 그간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국정조사를 놓고 다투다 과거 회귀적인 NLL 대화록 논란을 증폭시켜 불신을 자초했다. 이제 논란이 더 이상 소모적인 방향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여야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당은 국정조사와 관련한 여야 합의를 지켜야 하며, 민주당은 의회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장외투쟁을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불복 성격이 짙은 일부 단체들의 촛불집회에 동참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최근 보여온 쇄신 노력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