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순이익 뚝뚝 떨어지는데… 임원 연봉 수억원씩 올리며 ‘돈 잔치’

입력 2013-06-24 17:48 수정 2013-06-24 22:53


순이익이 급감한 금융회사에서 정작 임원 연봉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회장 연봉은 성과급을 합쳐 30억원에 육박했다. 금융 당국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은행권을 시작으로 전체 금융회사 임원의 연봉체계를 점검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부터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성과보상체계 모범기준 준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주요 임원의 연봉 인상률은 물론 연봉 외에 지급되는 성과급 수준이 경영 성과와 연관되는지 따져볼 방침이다. 조사 대상은 은행권에 그치지 않고 보험사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카드사 등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상당수 금융회사의 성과보상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2조4941억원으로 전년(3조2726억원)보다 24%나 줄었지만 회장과 사장 등 등기이사 평균 연봉을 5억900만원에서 7억1400만원으로 40% 늘렸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약 30% 감소한 KB금융도 등기이사 연봉을 3억1300만원에서 3억9200만원으로 올렸다. 우리금융도 마찬가지다.

이들 금융지주가 지배하는 은행들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이 급감했지만 임원 연봉을 크게 올리며 ‘돈잔치’를 벌였다. 특히 우리은행은 순이익이 2011년 2조694억원에서 지난해 1조2286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빠졌지만 임원 연봉을 2억원대에서 3억원 중반까지 올렸다. 회사 사정이 심각할 정도로 나빠졌는데도 임원들은 더 많은 돈을 챙겨간 것이다.

금융 당국은 공개되지 않는 성과급을 합치면 임원들이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 각 금융회사는 고정급여와 단기 성과급 외에 장기 성과급인 스톡그랜트(stock grant)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개인별로 얼마씩 주는지 공시하지 않는다. 스톡그랜트는 재직 기간의 경영 성과를 평가해 퇴직 후 주식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3년간 지급하는 돈이다.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의 경우 지난해 고정급여와 단기 성과급을 합친 연봉은 14억3000만원이지만 장기 성과급 13억2000만원을 합치면 총 연봉이 27억5000만원이다. KB금융이 지난해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에게 책정한 보수는 총 43억6000만원이다. 그 가운데 장기 성과급이 절반에 가까운 18억7000만원이다. 사장보다 회장이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 회장의 연봉은 20억원 중반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주식시장 악화 탓에 이들이 실제 받는 스톡그랜트는 줄어들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증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이 임원 급여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증시 침체와 수수료 인하 경쟁 등으로 수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임원 보수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되레 오르는 경우가 있어서였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1925억원으로 2011년 2160억원보다 줄었지만 임원 평균 연봉은 11억2300만원에서 12억2100만원으로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권고사항인 성과보상체계 모범 규준은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모든 권역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라며 “모범 규준을 어긴 회사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