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영환] 아동음란물, 심각한 범죄 행위

입력 2013-06-24 17:55


1953년 형법 제정 60년 만에 성범죄 관련 친고죄 조항이 지난 19일 전면 폐지되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포르노를 제작한 사범은 최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영리목적 판매·배포 전시 등은 7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법무부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성폭력 범죄로 수감된 수형자 288명과 일반인 17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동음란물 시청과 아동성범죄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동음란물에 대한 성적 충동은 일반인 5.9%, 성범죄자 10.2%인 것으로 분석됐다. 학문적으로 검증 절차가 남았지만 학대를 야기하는 아동음란물 시청 자체가 아동에 대한 예비학대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아동음란물 제작·유통은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음란물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사회가 점점 더 성적인 것을 강조하는 데 원인이 있다. 미국은 미성년자에게 의도적으로 성행위와 관련된 각종 표현을 전송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성인 사이트에 접속할 때도 신용카드 등을 통한 인증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아동포르노 제작·배포·접근·소유 등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등에 사법당국에서 적발된 사이트 폐쇄 의무화는 물론 수사기관에 관련 증거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은 아동의 성 보호와 건강한 양육은 물론이고 아동 대상 성범죄의 방지를 주요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수입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영리를 목적으로 이를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소지·운반 또는 전시·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소지만 한 사람의 법정최고형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어서 컴퓨터에서 음란물 파일을 내려 받기만 해도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미국과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본회의를 열어 아동음란물의 범위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하고, 처벌 대상도 이를 알면서도 소지한 자로 수정한 아동청소년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모호한 법 규정을 명료하게 한 것이라는 점에서 잘 된 일이나 선진국 기준에 미치지 못한 양형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아동음란물 자체가 아이에 대한 성적 착취이면서 잠재적인 아동성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지인이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보낸 음란물을 열어본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아동음란물일 경우 바로 지워야 한다. 아동음란물 동영상인줄 알면서도 내려 받았다면 보관할 경우에도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처음 적발된 사람, 소지 또는 배포한 음란물 수가 1∼2개인 사람 등 교화 가능성이 있는 경미한 경우에 한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 제도가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와 홍보도 절실하다.

경찰은 아동음란물 생산·유통은 물론 카페·블로그, 웹하드, SNS,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배포·접근·소유 등을 막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법제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따라서 대법원의 양형 강화, 민·관계 부처 간 공조와 정부의 대처방안이 이뤄져야 한다. 아동음란물 범죄가 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뿌리째 없애버리는 근절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윤리적 자각능력을 쌓고 올바른 공동체의식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