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기억이 힘이고 재산이다

입력 2013-06-24 17:14


63년 전, 심장을 찢으며 울렸던 새벽 포성을 기억하는가. 수많은 세월의 강물이 흘러갔지만 그날의 처참한 고통과 비극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6·25전쟁이야말로 가장 치욕적이고 비참한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북한군이 속도전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대한민국은 초토화되었고 마지막으로 부산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낙동강 방어선마저 무너졌다면 우리는 완전히 공산화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때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 안개가 자욱해서 전투기가 이륙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승만 대통령은 부산 초량교회에서 300여명의 목사 장로들과 함께 금식하며 기도했다. 그 기도회는 전국 라디오 방송으로 중계되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그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오키나와의 안개가 걷히게 해 주셔서 비행기가 이륙해 낙동강에 비 오듯 포탄을 투하했다. 그때부터 전세가 역전되어 남한 땅을 다시 찾고 서울 수복에 성공했다. 과연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를 주시기 위해 베푸셨던 하나님의 극적인 섭리요, 은혜의 손길이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우리는 공산화의 위기 속에서 민족을 구원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애굽에서 고난당하던 때를 기억하라고 했다(신32:7). 왜냐하면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셨던 구원의 은총을 절대로 잊지 않고 기억할 때 절대로 방탕하지 않고 하나님을 잘 섬기기 때문이다. 졸부와 진짜 부자의 차이는 옛날의 고생과 수치를 기억하느냐, 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졸부는 과거의 고생한 수치를 일부러 감추고 덮으려 한다. 그리고 오늘의 부와 영광을 과시하다 순식간에 망해 버린다. 그러나 진짜 부자는 자신의 수치와 고난을 더 기억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자신이 쌓은 명예와 부를 누리며 미래를 펼쳐나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6·25전쟁기념관을 지으려 할 때 반대 여론이 있었다. 괜히 북한을 자극해 긴장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역사를 남겨서 뭐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옛날을 기억하자는 것은 결코 전쟁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수치와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고 보존함으로써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의 아픔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청소년 53%가 6·25 발발 연도를 모르고 30% 이상이 북침인지, 남침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진보단체에서는 북침을 주장하고 가르치려 한다. 그렇다고 평화가 이루어지는가. 스탈린 문서까지 공개돼 명백하게 밝혀졌는데.

그렇게 해서 이룬 평화는 위장된 평화일 뿐이다. 오히려 사실을 사실대로 알고 기억해야 한다. 이럴 때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지난날 민족의 고난과 수치의 역사를 기억하자. 한국교회가 기억의 진원지가 되고 참 역사의 보존지가 되자. 기억이 힘이다. 기억이 유비무환이고 평화로 가는 첩경이다. 특히 민족 역사의 최대 비극이었던 6·25전쟁은 더 잊지 말고 기억하자. 그럴 때 오히려 근본적인 남북의 평화가 오게 될 것이고 정녕 이 땅에 진정한 자유와 평화의 아침이 올 것이다.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