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서남의대 폐교 후유증 줄이려면…

입력 2013-06-24 17:43 수정 2013-06-24 10:16


전북 남원 소재 서남의대가 연내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부실한 의학교육 투자와 관리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 부른 결말이다.

당장 300명에 이르는 재학생들은 타 대학으로 편입, 얹혀서 공부해야 할 처지이고 서남대에 배정돼 있던 의대 입학정원(49명) 처리도 시급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교육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교육 당국은 아직 이에 대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의과대학을 설립하자면, 실로 적잖은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 의대설립, 기초학교실의 기자재 등 인프라뿐 아니라 임상실습 교육의 핵심인 실습병원을 제대로 갖춰야 하고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진을 꾸려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설 의과대학은 우선 교수를 임명하고 병원을 건립하는 등 하드웨어적 요소를 구비하는 데만 첫해에 약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또 첫 학생을 모집하기 전에 예비인증을 위한 평가를 신청하고 첫 졸업생을 배출할 때까지 임시인증을 위한 평가를 매년 신청해야 하는 등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신설대학 인증과정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만약 교육부가 이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서남의대 폐교 문제를 정치적, 지역적으로만 해결하려 들 경우 필자는 제2의 서남의대 사태가 유발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서남의대 재학생들의 타 대학 편입과 입학정원 재배정 문제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부실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고르는 방법으로 풀지 않으면 또 다른 후유증을 낳게 된다는 말이다.

이 같은 사태를 막자면 두 가지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역 정서에 의거한 추가 의대 신설 등 정치적 결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해선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이다. 좋은 의사는 좋은 교육 환경을 갖춘 의대를 통해서만 배출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둘째, 세계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의대 정원 규모는 100명 내외라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미국 의대의 입학정원은 평균 138명이다. 일본은 90∼125명 규모다. 반면 우리나라는 평균 74명 규모다. 입학정원이 40명에 불과한 소위 ‘미니 의과대학’도 10개나 된다. 의학교육에 투입되는 막대한 인프라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비효율적, 비생산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의학교육을 잘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기존의 미니 의대에 서남의대 재학생들을 분산 배치해 임상실습 및 교육을 지속하도록 하면 재학생 피해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불필요한 재원낭비를 줄이며 폐교에 따른 후유증도 깔끔하게 씻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부는 서남의대 학생들이 좀더 안정된 환경에서 정상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돕기 위해서라도 서남의대 재학생 및 2014년도 정원 재조정 작업을 하루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