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보청기’ 실패 피하려면… 청력 맞춰 고르고 3∼6개월 적응훈련 필수
입력 2013-06-24 17:19
귀가 잘 안 들려 보청기를 구입했다가 한 번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장롱 속에 넣어둔 채 지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보청기가 대화 상대의 말소리보다 주변의 잡소리를 더 키워 되레 불편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고, 편하자고 구입한 보청기가 제값을 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청 및 보청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24일 “무엇보다 보청기를 맞출 때 현재의 청력상태를 면밀하게 측정해야 한다”며 “어떤 소리에 민감한지, 어떤 상황에서 주변의 소음이 더 커지는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개인적 난청 특성을 파악해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보청기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 줄 잘 안다고 말하는 개인사업가 윤모(71·서울 영등포동)씨 사례가 본보기다. 윤씨는 6년 전 어느 날, 회사에서 영업 회의를 하던 중 다른 사람들의 말이 안 들려 불편함을 느껴 귀걸이 형 보청기를 구입, 착용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보청기를 착용해도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되자 그는 참지 못하고 보청기를 집어던지고 말았다. 그러다 윤씨가 다시 보청기를 찾은 것은 1년 전쯤이다. TV 시청 시 볼륨을 점점 더 높이게 되고,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게 말을 되묻는 횟수가 늘어나자 가족들이 보청기 착용을 권유한 것이다.
결국 서울 강남의 한 이비인후과를 방문, 여러 청각검사를 받은 결과 그는 양측 노인성 난청으로 보청기 착용을 더 미루게 되면 청력을 완전히 잃어 인공와우 이식수술로도 고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또한 의사로부터 유난히 큰 소리에 예민하면서도 주변의 작은 소음에도 민감한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소음이 있는 상황에선 말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문장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상태라고 했다. 몇 년 전 처음 구입한 보청기가 주변 소음을 더 키워 대화 상대의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게 만든 것도 이 같은 개인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보청기를 처방한 탓이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김 원장은 “처음 산 보청기 적응에 실패하면 보청기에 대한 불신이 생겨 보청기 착용을 거부하거나 계속 미루다 끝내 보청기로도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청이 악화되고 만다”고 경고했다.
이런 난관을 피하자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처음 보청기 구입 시 자신의 청력 상태에 적합한 음역을 잘 설계하고 그 보청기가 전달하는 소리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훈련 및 적응과정을 잘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김 원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난청으로 인해 그동안 듣지 못하던 일상의 주변 소음들이 보청기 착용과 더불어 다시 유난히 크게 들리게 되면 혼란스럽고 불편함을 더 느끼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부작용은 자신의 청력 상태에 최적화된 보청기 처방을 받고 나서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계속된다. 이후에는 보청기를 통해 다시 들리게 된 생활소음 속에서도 대화 상대의 말소리를 정확하게 골라 듣는 능력이 생긴다.
말하자면 뇌가 보청기를 통해 전달받는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데도 얼마간의 적응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힘들어도 하루 3∼8시간 보청기를 착용, 그 소리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면 적응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는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를 방문, 귀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 원장은 “보청기 착용의 불편함을 안경 수준으로 낮춰주고 중이염 등 난청을 유발하는 귓병을 조기에 발견, 치료해야 보청기 착용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