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스퍼드대 박사 과정 최나래씨…7000여명 경쟁자 뚫고 세계은행 입사

입력 2013-06-23 19:16 수정 2013-06-23 22:41

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와 함께 세계 3대 국제경제기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세계은행(WB)에 5년 만에 한국인이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한해 정직원을 약 30명만 선발하는 세계은행의 ‘높은 벽’을 넘은 주인공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나래(32·여)씨. 7000여 명의 경쟁자가 몰려든 올해 공채에서 지난달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최씨는 오는 9월 초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로 정식 출근할 예정이다. 한국인이 세계은행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것은 2008년에 2명의 공채 합격자가 나온 이후 5년 만이다.

전자공학과 교수인 부친이 유학하던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태어난 최씨는 대전외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영국으로 유학,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와 한국어는 물론 프랑스어와 중국어 등도 구사할 수 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여러 개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연구·강의 활동을 하는 중에도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컨설턴트와 가나 정부 학술자문 등을 맡고, 영국 의회에서 탈북자 통역을 하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최씨는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강제 철거 및 이주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은행에서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다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은행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하면서도 이주민 피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직접 관련 정책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인강 세계은행 이사는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매년 합격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올해 모처럼 한국인 합격자가 나와서 기쁘다”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면서 국가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직원 수는 약 1만 명으로 이 가운데 공채를 통해 입사한 한국인 정직원은 현재 60명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지분 비율이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