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도움 주는 직업”… 활기찬 모녀 보험설계사

입력 2013-06-23 19:16


삼성생명 안양스타지점 김경숙 팀장- 박세은 팀원

보험설계사를 해보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4년 가까이 뿌리쳤던 박세은(32)씨는 2011년 10월 보험 영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 8년 정도 잘 다니던 초등학교 행정직을 그만뒀다.

박씨의 어머니 김경숙(54)씨는 2011년 말까지 보험영업 지점장만 15년간 지낸 베테랑 설계사다. 김씨는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91년 다른 학부형의 소개로 삼성생명에서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다. 학습지 방문교사를 1년 남짓 한 걸 빼면 결혼 후 첫 사회생활이었다. 남편이 말렸지만 김씨가 더 완고했다.

김씨는 밤새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다가도 날이 밝으면 이를 악물고 출근했다. 딸의 눈에 비친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악바리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밖에서 부지런하면 아이들이 쓸쓸한 법이었다.

“많이 외로웠어요. 엄마가 집에 거의 없으니까. 비올 때 다른 애들은 엄마가 데리러 오는데 저는 비 맞고 혼자 집에 와야 했어요. 집에 왔을 때는 엄마가 문 열어주는 게 소원이었어요.” 박씨는 그러면서도 어머니처럼 보험설계사를 하겠다고 했다.

어른이 된 박씨는 설계사가 아쉬운 소리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 때문에 처음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런 박씨가 설계사를 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생선을 잘못 먹는 바람에 수술을 해 대장의 10%를 잘라낸 뒤였다.

박씨는 2010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병원으로 실려간 어머니를 20일 가까이 간호했다. 마침 직장인 초등학교는 겨울방학 기간이었다. 박씨는 “그때 보험 영업이 남에게 도움을 주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모녀는 삼성생명의 경기도 안양스타지점에서 팀장과 새내기 팀원으로 함께 근무 중이다. 김씨는 2011년 명예퇴직을 한 뒤에도 “이제 그만 좀 쉬라”는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팀장급인 세일즈 매니저(SM)로 남아 딸의 상사가 됐다.

한 집에서 살다 보니 어머니의 ‘잔소리’는 집에서도 이어진다. “식사 시간에 고객을 찾아가지 마라” “전화는 되도록 짧게 끝내라” “보험 가입을 권유한 뒤에는 책을 보내라” 등등. 잔소리의 효과였을까. 박씨는 최근 열린 삼성생명 연도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